친환경 제품서 '살충제 계란'…정부 검사 '구멍' 뒤늦게 전수조사

2017-08-15 18:22
국내서도 검출…대형마트ㆍ편의점 등 전체 유통망 판매중단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전국 모든 점포에서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서울 한 대형마트 신선코너에 마련된 계란판매대가 다른 상품으로 대체되어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살충제 계란'과 같은 성분이 국내 계란에서도 검출돼 방역·식품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국내 농가에서 검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은 사람에게 두통이나 감각이상, 장기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정부는 이번에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인체에 해가 될 정도의 함유량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형마트와 농협 하나로클럽·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은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정부, 시중에 유통된 살충제 계란 회수·폐기··· 3일간 전면 조사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경기 남양주시 소재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경기 광주시에 있는 6만 마리 규모의 산란계 농가에서는 '비펜트린'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닭 진드기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으로, 동물용의약외품 관련 법에는 닭 진드기 퇴치용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비펜트린은 진드기 퇴치용 농약으로 사용이 허용되긴 하지만,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정부는 해당 농가에서 유통된 계란 전량을 즉각 회수·폐기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산물품질관리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식품의약품안전약처, 지자체, 생산자단체·유통업체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다.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생산 단계 검사를, 식약처는 유통 단계 검사·관리, 생산자단체·유통업체는 자체 검사와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15일 0시부터 전국 3000마리 이상 규모 모든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3일 이내 전수검사에 돌입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 등 검사기관이 실시한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전량 회수·폐기 조치한다는 복안이다. 

적합으로 판정된 농장은 검사 증명서 발급 후 계란 유통을 허용하는 반면, 부적합 농장은 2주 간격으로 추가 검사를 실시(6개월간 위반 농가로 관리)하고, 농장주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축산물의 기준·규격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유독·유해 물질이 들어 있거나 우려가 있는 축산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정밀검사에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검사결과 불합격 농가가 나오면 검사·유통정보를 조속히 식약처에 통보해 유통 중인 부적합 계란이 즉시 수거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 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두통·감각이상·장기손상 가능성↑ 

살충제 계란을 두고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축과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벼룩·진드기 등을 없애는 데 쓰이는 피프로닐을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색 분말 형태의 피프로닐에 노출되면 경련·떨림을 비롯해 두통과 감각이상, 장기손상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보건기구(WHO)는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피프로닐을 닭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CODEX)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피프로닐 잔류 기준은 계란 0.02ppm, 닭고기 0.01ppm이다. 이번 경기 남양주시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양은 0.0363ppm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광주시 소재 산란계 농가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은 닭에 대한 사용이 허용된 살충제지만 이 역시 사용량을 초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안전성을 두고 인체에 해가 될 정도의 함유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소식을 접한 소비자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전에 사는 주부 이모씨(36)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누가 먹겠느냐.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사먹지 않겠다"며 "빵이나 과자 등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식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앞으로 가족들에게 무슨 음식을 해줘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