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징용자…소녀상… '광복의 역사' 전국서 동상으로 기린다

2017-08-13 18:16
이토 히로부미 저격하는 안중근 동상, 의정부역에 설치
강제징용 아픔 서린 용산역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세계 위안부의 날' 서울시 누비는 '소녀상 버스'

사진 왼쪽부터 지난 8일 의정부역에 설치된 '안중근 의사 동상', 12일 용산역 앞에 설치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을사늑약과 정미늑약을 강제로 체결케 한 죄/무고한 대한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죄"-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 '영웅' 中 '누가 죄인인가' 일부분.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역 앞 광장 근린공원에 2.5m 높이의 안중근 의사가 나타났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기 위해 가슴에 품은 총을 꺼내는 형상을 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설치된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동상은 중국 내 유력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가 쌍둥이 동상을 만들어 그 중 한 개를 의정부시에 기증했다. 현재 의정부시는 동상 제막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이후 72번째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에 항거한 '자랑스러운' 역사와 일제에 고통 받은 '아픈' 역사를 모두 기억하고 고발하기 위한 동상들이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용산역 광장에 일본의 강제동원을 고발하는 의미를 담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설치한 동상은 단상 포함 2m10㎝ 높이로, 한 손에 곡괭이를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닥에 쌓인 말뚝들은 일제가 노동자의 시신을 숲에 방치하며 함께 두었던 말뚝을 나타낸다. 고된 노동에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의 오른쪽 어깨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동상 주변에는 강제징용에 관한 글이 적힌 4개의 기둥이 설치됐다.

동상이 설치된 용산역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집된 조선인이 집결했던 곳이다. 이곳에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은 일본과 사할린 등지의 광산과 농장, 군수공장 등으로 끌려가 착취당했다.

동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만들었다. 당초 올해 3·1절에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부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연기됐다.

광복절 전날이자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부터는 '소녀상'을 태운 버스가 서울시를 누빈다.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작구 흑석동을 오가는 간선버스 151번 5대에 소녀상이 앉아있는 좌석이 설치된다. 이 또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의 작품이다. 동상은 실제 소녀상과 같은 크기(높이 130㎝)로 제작됐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 동(銅)이 아닌 합성수지로 만들어진다.

버스가 일본대사관과 가까운 안국역-조계사 구간을 지날 때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의 OST가 흘러나올 계획이다.

'소녀상 버스'는 오는 10월 추석 연휴까지 운행된다. 이후 버스에 설치된 5개의 소녀상은 부산, 진주 등 전국의 소녀상 곁으로 찾아가 함께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