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마이크]일본대사관 앞으로 날아든 노란 나비들, 제1294차 수요집회를 다녀와서
2017-08-10 18:51
지난 2일 수요일 낮 12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로 모여들었다. 일본대사관 앞에는 이미 무대와 각종 장치들이 설치돼 있었고, 한쪽에서는 대학생들이 소녀상 농성을 진행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무대 앞의 도로를 가득 메웠고, 수요집회가 시작됐다.
흔히 수요집회로 불리는 이 시위의 정식 명칭은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이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2년 1월 8일이었다. 당시 시민들은 일본 총리 미야자와 기이치의 대한민국 방문을 앞두고, 일본군의 ‘위안부’ 범죄 인정, 일본 국회의 사죄 등의 내용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는 수요일 날 이뤄졌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주최 하에 매주 수요일,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계속해서 이뤄졌다. 수요시위는 2002년 3월, 500회를 넘었고, 이와 함께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 중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1000회를 훌쩍 넘어선 현재에도 매주 수요일, 이 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이번 수요집회는 정대협의 주최와, 한살림서울의 주관 아래,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살림동부지부 생명학교팀의 여는 마당 공연을 처음으로, 박혜숙 한살림서울 이사장의 여는 인사, 그리고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뒤이어 제1회 길원옥 여성 평화상 수여식이 진행됐다. 수여식을 마친 뒤, 참가자 및 단체 소개를 간단히 한 뒤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여러 학생들의 자유 발언이 있었다. 이후에는 경기도 광주 광남중학교에서 온 학생들의 음악 줄넘기 공연과 한살림서울 이사 조영숙의 성명서 낭독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박혜숙 한살림서울 이사장이 행사에 참석하신 길원옥 할머니께 선물을 전달하며 이 날의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사회는 권옥자 한살림서울 조합원활동실장이 맡았다.
이 행사가 조금 특별했던 점은 제 1회 길원옥 여성 평화상 수여식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길원옥 할머니가 올해 5월 16일,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길원옥 할머니는 이 상금을 길원옥여성평화상을 만드는 곳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매년 수상자의 상금은 기획사 휴매니지먼트가 후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길원옥 할머니의 뜻을 담은 상은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여되었다. 오늘 진행된 수여식은 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수상자에게 꽃다발과 감사패, 상금을 전달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또한,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학생들의 자유발언 또한 행사를 더욱더 뜻깊게 해 주었다. 경기평화회의, 마송중학교, 공주시청소년연합회, 나비효과실천단 등 다양한 청소년 단체 및 학교의 학생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할머니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한, 학생들은 동아리 혹은 소속 단체에서 모은 성금, 직접 제작한 선물, 손편지 등을 할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사무처장 양노자 씨는 “수요시위의 목적은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 법적 배상,진상규명,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 및 기념비 건립,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수요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해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것” 등의 예를 들었다. 또한, 584일째 소녀상 농성을 진행 중이던 대학생 채은샘 씨는 “우리가 500일이 넘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위안부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저희의 소녀상 농성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주신 만큼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바뀐 정부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는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시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작년 12월 28일, 박근혜 전 정부는 당사자들의 합의 없이 배상금 지불만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합의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생들은 소녀상 농성을 시작했고, 수요집회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그리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금, 현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한일 합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5기 홍정연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