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요금할인율 25% 상향 법적 근거 미비"

2017-08-09 18:41
선택약정 상향 반대 입장 전달서 제출
정부 당근책 없으면 소송전까지 제기 가능성
공정위·방통위 이통사 실태조사 나서…정부 무언의 압박?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상향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9월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남은 기간 이통사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입장차를 좁히는 못한다면 소송전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인상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경영 활동에 손실이 막대하다’는 취지로 25% 요금할인에 반대하는 입장의 전달서를 제출했다.

3사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의견서의 세부 내용을 가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인상 근거로 든 고시 내용의 ‘100분의5 범위’가 5%포인트가 아닌 현행 할인율 20%의 5%, 즉 1%포인트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할인율을 25%로 올리면 통신사엔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론 5G 등 네트워크 투자가 어려워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없어 국가적 피해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도 주장한다. 또한 공시지원금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소비자 선택권도 축소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우선적으로 25% 요금할인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통신사가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주파수 대가 △전파사용료 △세금 △각종 규제 등의 부문에서 구체적인 손실 보전책이 이뤄져야 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의 반발에도 정부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의견서를 접수한 뒤 추가 검토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쯤 행정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요금할인 가입자에까지 일괄로 적용토록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 신규 약정자에게 우선 적용토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의견이 묵살되면 마지막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법적 대응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회사의 손해를 방관했다는 배임 소송을 당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이중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로펌을 통해 법리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소송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권 초기부터 정부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바라보는 국민적 공분이 클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60% 이상의 국민들이 현재 추진 중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불만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정부당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이통3사의 과도한 엄살, 소송 협박이 지속되고 있는데, 행정소송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실망과 불신을 느낀 국민들은 당초 약속한 기본료 폐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의 요금제 담합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요금제 담합의 증거 등을 채증하기 위해 실무자 면담과 자료 확인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가 약정할인 기간이 만료되는 가입자에게 요금약정할인제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지 실태를 오는 25일까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두 부처의 조사가 공교롭게도 이통3사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시일에 맞춰 진행되는 것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태조사라는 명목으로 이통3사에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