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시대]③최태원 회장 "행복나래 펼쳐라"…될성부른 사회적기업 키운다
2017-08-09 18:48
"사회적기업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 나아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푸른 사회의 싹'을 보았다."
재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기업 전도사'로 통한다. 2014년 그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도 그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전도사' 최태원 회장, 생태계 조성에 박차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진 환경 속에서 저마다 시행한 CSR 활동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또한 사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최 회장은 2009년 한 대학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 포럼'에서 그가 갖고 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급격한 경제 성장기를 거친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이를 통해 CSR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최 회장과 SK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2015년 사회성과인센티브제도(SPC·Social Progress Credit)를 도입했다. '착한 가치'를 창출한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면 '착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사회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도입한 제도다.
도입 3년차를 맞이한 현재 사회성과인센티브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도에 참여한 기업은 도입 첫해인 2015년 44개에서 지난해 9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103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로 SK그룹을 통해 받은 인센티브는 2015년 30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늘었다.
◆SK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앞장
SK그룹은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사회적기업 운영에도 나섰다. 2010년 '사회적기업사업단'을 독립기구로 출범시켜 총 16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이중 '행복나래'는 SK그룹 계열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케이스다. 행복나래의 전신인 MRO코리아는 SK그룹의 3000여개 협력사로부터 사무용품, 공구 등 총 20만개에 달하는 소모성 자재를 구입,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일반 기업에 공급했다.
최 회장은 2011년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 사명을 현재의 '행복나래'로 변경, 이듬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해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후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비중을 높였다. 또한 직접적인 판로가 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협력사로 편입시키는 한편 이들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우선구매 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행복나래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 이전 3개에 불과했던 사회적기업 협력사는 현재 200개 이상으로 늘었다.
물론 이 같은 성과를 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개최된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SK가 직접 설립한 사회적기업 중에는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목표한 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해서 정리한 기업도 꽤 많다"며 "대기업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여러분들은 더 훌륭한 일을 해낸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회적 기업가들의 노력에 존경을 표했다.
◆한국을 사회적기업 경영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최 회장의 이같은 철학은 문재인 정부의 '더불어 잘사는 경제'와 궤를 같이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최 회장이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제안하자 문 대통령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또 다른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투자하면 앞으로 상당히 각광받는 새로운 창업이 많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관계법안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보라"고 지시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최 회장의 또 다른 목표는 향후 10년 안에 사회적기업의 경제규모를 정보통신, 보건복지 서비스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GDP 대비 0.25% 수준인 사회적기업의 경제규모를 3% 수준으로 높이고 사회적기업 수를 10만개로 늘리는 것이다.
더 크게는 한국을 세계에서 사회적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의 경제규모가 3% 수준이 되면 보건복지, 정보통신 서비스에 견줄 수 있는 떳떳한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누구나 사회적기업의 임팩트를 인정하게 될 것이고 사회적기업의 혁신이 사회 전체에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