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형 적정성 논란... 공소장 내용 변경 불씨..뇌물죄 근거 약화
2017-08-09 07:59
특히 마지막 심리일이던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인에 대해 특검측이 주요 공소내용을 변경한 것이 이번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공소장 변경 종종 있다" vs "삼성측 주장 힘 실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 후에 재판이 진행되면서 증인들이 얘기하는 것들을 듣고서 그것들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이면 공소장 변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소내용 변경도 이런 과정의 하나로 어느 쪽이 더 유리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간 재판 내용으로 볼 때 이번 공소내용 변경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삼성 서초사옥 출차기록과 삼성이 두 차례 청와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을 재판부에 제출, 독대 시간을 오후가 아닌 오전 10시 30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 독대한 자리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안을 직접 건넸다고 보고 이를 뇌물수수 합의과정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공소장 내용 변경으로 인해 이 주장의 근거는 약화됐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서류봉투를 직접 받지 않았고 따라서 이는 곧 뇌물수수 합의 과정도 없었다는 삼성 변호인단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현 상황을 재해석하고 있다"며 "4개월이 넘는 공판에서 재판부가 충분히 내용을 검토한 만큼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족한 증거와 구형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특검측의 부족한 증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례로 특검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던 '대통령 말씀자료'와 '안종범 수첩'에 대해 재판부는 36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대화를 했다는 직접 진술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다만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이 '부정한 청탁'과 ‘지원의 대가성’ 등 뇌물죄 핵심요건에 대해서도 입증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순실이 삼성 합병을 얘기한 적 없다”며 특검의 주장을 뒤엎는 진술을 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의 뇌물죄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구형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받았던 형량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이보다 높은 것은 20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15년형을 구형받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뿐이다.
이번 재판과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의 경우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 등 9명의 기업인에 대해 당시(1996년 1월) 검찰은 1~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인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업들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점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건 정황만으로 글로벌 기업을 이렇게 극단까지 몰아가는 현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울 뿐이다”며 “1심 선고에서는 법리대로 재판부가 공정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