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의 실험 … "SM 없는 시범점포 운영"
2017-08-07 18:22
MD지점 시범 운영후 점진적 확대 … 중간관리비 설계사에게 돌아가
수십년간 이어져온 국내 보험 영업 채널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비용 줄이기에 나선 보험사들이 영업 시스템 손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GA(독립보험대리점)의 덩치가 커지면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보험사들은, 설계사 직급 체계에도 변화를 주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최근 서울 영등포에 MD지점을 오픈하고 새로운 영업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설계사들의 중간관리자인 SM(Sales Manager)을 없앤 것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수십년간 운영해 온 SM 제도를 없애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흥국생명이 한때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메리츠화재가 각 영업지점을 관리했던 중간관리자(본부장)를 지난해 없앴지만 이들은 설계사가 아닌 본사 직원들이었다.
우선 신한생명은 ‘무(無)팀제’ 영업 조직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팀장급이었던 SM직급을 없애, 지점에서 설계사들을 직접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SM에게 돌아갔던 수당을 설계사들에게 지급해 줄 예정이다.
기존 방식은 SM 하위의 설계사들이 실적을 올리면, 실적의 15% 가량을 SM이 받는 방식이었다. 설계사의 관리와 교육에 대한 대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SM이 없어지면서 설계사는 좀 더 많은 수당을 챙겨갈 수 있게 된다. 기존 영업조직에 비해 설계사가 새로운 설계사를 영입할 때 지급하는 ‘리크루팅 수당’도 더 확대했다.
이같은 설계사 수당 확대는 GA 대응을 위한 영업 경쟁력 강화로 풀이된다. 최근 높은 수당을 앞세워 설계사들을 빼앗아가는 대형 GA들이 속속 생겨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또 사실상 SM이 없어지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약이라는 효과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실적의 15%를 SM이 가져갔는데, 이 금액을 고스란히 설계사한테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생명은 우선 MD지점을 시범 운영한 후, 타 FC(설계사) 채널로 점진적 전환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 도입에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중간관리자인 SM이 사라지면 사실상 설계사 교육과 관리 수준이 기존보다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의 고질병인 불완전판매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한생명 관계자는 “아직 시범 운영일 뿐”이라며 “자연스러운 확대로 기존 지점의 SM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고, 지점 자체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