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업무 90~95% 삼성전자 담당... 미전실 직책 없어”

2017-08-02 18: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속은 계속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0~95% 이상 전자와 전자계열사를 담당했다”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결정에 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가 진행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으로 출석한 그는 미전실에서 정식 직책도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피고인으로서 증언을 했던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삼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미전실 실장 재직기간에는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제 책임 하에 이뤄졌다"며 이 부회장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의 실장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다.

이날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지만 자신이 이 부회장을 설득해 매각을 성사시켰다는 증언을 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합병을 해야겠냐며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며 “엘리엇과 붙은 상황에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와 우리 경제계 전체의 문제로, 질 수 없겠다고 판단해 적극 설득해서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등은 2015년 7월 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의결한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 개최 사흘 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의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승마지원 개요나 인원, 전지훈련 등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에게) 나중에 얘기는 해드렸지만, 정유라씨 얘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했다면, 이 부회장이 스톱(그만)이라도 해줘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정씨 승마 지원을 결정하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며 "(정유라 지원이) 문제가 되면 '나는 벌써 40년 근무했으니까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최 전 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재판에 출석해 김종중 전 삼성 사장으로부터 해외 출장의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메일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등 4명이 모여 현안을 논의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특검의 질문에 “회의 자체가 없고 그렇게 (4명이) 모이는 경우를 상정하기 쉽지 않다”며 “김 전 사장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피고인 신문을 모두 마치고 3~4일 공방기일을 거쳐 7일 결심공판을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 기간이 오는 27일까지임을 고려할 때 이달 마지막 주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