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안 맞는 '3ㆍ5ㆍ10룰'부터 고쳐라
2017-08-03 03:38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1주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3·5·10 원칙'으로 불리는 식비·선물비·경조사비 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식비 3만원의 경우 13년 전 물가를 반영해 현실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개정 찬성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61)이 관련 법 개정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공개된 인터뷰집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에서 김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에는 2018년 12월 31일까지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피해를 크게 입으셨고 늘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분들이 흘리신 눈물 때문에라도 청탁금지법이 지향하는 우리 사회 신뢰 축적이라는 명제는 포기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법안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직유관단체 임직원(160만명), 교직원(70만명), 언론사 임직원(20만명) 등 250만명이며,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약 400만명에 이른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3·5·10 원칙'이다.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원을 상한으로 하고 있다.
이는 2003년 물가를 반영한 것으로 식사금액 기준인 3만원은 같은 해 공무원 행동강령에 수록된 내용으로 알려졌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 상당수가 5만원 이상이고 농축산물 특성상 3~5%만 공급량이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전부터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적용 대상을 조정하거나 상한액을 늘리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교대역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2003년 물가를 반영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면서 "현실을 볼 때 법을 개정하든지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든지 그 정도 조치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며 "현행 3만원의 식사비는 조금이라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해 일각의 법 개정 여부에 대한 신중론은 여전하다. 시행 1년도 채 안 돼 법 개정에 나설 경우, 김영란법 훼손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책과 법에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안 됐고 최소한의 경제주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1년 이상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