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일몰 두 달 앞둔 삼성.LG 복잡한 속내

2017-08-01 18:44

지원금 상한제 일몰을 두 달 앞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관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소비자들이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33만원으로 제한하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고가의 스마트폰을 싸게 살 길이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과 9월 하반기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공개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장 대기수요 증가로 인한 영향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각각 공개하는 분리공시제 등의 규제도 새롭게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전략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노트8’과 ‘V30’의 출시를 각각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는 9월 30일 폐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지원금 상한제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의 굴욕을 갤럭시노트8으로 깨끗이 씻어내려는 삼성전자와 V30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LG전자의 입장에서는 조그만 변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원금 상한제의 도입했던 2014년 10월 이전을 기억하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두 달만 기다리면 고가의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원금 상한제 도입 이전에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대리점들의 치열한 고객 유치전으로 인해 한 달도 안 된 신제품의 ‘실구매가’가 ‘0원’인 경우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이통사 대리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4.남) 씨는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거의 3년을 썼다”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스마트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매장을 둘러보던 대학생 서모(23.남) 씨는 “지원금을 받아도 70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에 살 엄두를 못 냈었다”며 “이들 제품의 가격이 내리면 새로 장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 광화문의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돼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분리공시제 등이 도입돼 제품의 가격이 조금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가계 이동통신요금 인하의 한 방안으로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더불어 분리공시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임명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는 앞서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취임 시 방통위가 관할하고 있는 정책인 분리공시제,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분리공시제가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들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국가별 전략이 달라 특정 국가의 마케팅 비용이 공개될 경우 경쟁력 저하와 단말기 가격 상승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지원금 내용을 공개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부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삼성전자는 국내 할인 정책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LG전자는 분리공시제의 도입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지원금과 별도로 유통망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 규모까지 함께 공개하는 조건 아래 찬성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는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의 마케팅 비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지원비의 공개를 계기로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장려금이 출고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있어 단말기 거품도 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