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적은 트럼프?…정치적 불확실성에 13개월만에 최저

2017-07-31 18:59

[사진=아이클릭아트 ]


최근 미국의 주식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경제성장률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통화인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2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2.6%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을 뿐만아니라,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금리인상 전망이 약화되자 달러는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런던외환시장에서 달러는 1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증가와 향후 달러 하락에 투자하는 쇼트 베팅이 늘면서 달러 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번주 경제 지표들이 나오기 전까지 현재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지난주에 달러 매도 베팅 규모는 지난 2013년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던 당시 이후 가장 높아진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도 베팅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톰슨 로이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달러는 유로 대비 11.5% 이상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2% 상승했지만, 이는 지난 28일 0.6% 급락에 따른 반등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지난 27일 달러 인덱스는 2016년 6월 이래 최저로 낮아지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달러의 약세는 단순히 저금리 유지 전망 때문이 아니라 워싱턴의 정치적 교착 상태 탓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5조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외환 시장은 투자자들이 한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는 곳"이라면서 "통화의 가격은 다른 모든 가격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 매개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심화하고 있는 미국 내 정쟁은 달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을 해임하면서 더욱 규모가 커진 러시아 스캔들, 오바마케어 폐지 실패, 백악관의 내홍 등 정치적 갈등은 고스란히 달러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주장하면서 약속한 세금 개혁이나 인프라 확충 등이 현실화하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면서 달러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베스코의 글로벌시장 스트래티지스트 크리스티나 후퍼는 “우리는 달러의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