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27일부터 이틀에 걸쳐 만난 유통업계 수장들은 새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에 적극적인 공조를 약속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가 타 업종보다 훨씬 크지만, 문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중심 경제’ 기조에 뜻을 함께 한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8일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여성 인재 채용과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40% 이상의 인력을 여성 인재로 채용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산업과 유통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 분야보다 월등하므로 서비스 산업 육성 대책을 적극 건의하고 싶다”고 제언했다.

롯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롯데는) 지난 10년간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왔다”고 소개한 뒤 “앞으로 3년 동안 롯데의 정규직화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는 지난 5월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롯데는 4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여성 인재 채용 등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전환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약속한 셈”이라며 “이번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롯데의 일자리 창출 행보는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27일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남 당일 저녁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 정책이나 해법도, 기업의 입장이나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저희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상생채용박람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우선은 일자리 창출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만4000명, 1만5000명을 고용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당장 하반기에 고졸·대졸 상시 채용 규모만 7000~8000명 안팎으로 잡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정 부회장과 같은 날 문 대통령을 만나, 지난 미국 순방 당시 동행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정책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정부 차원의 서비스 산업 육성과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회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잘 안다”며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언급하자 “베트남도 그런 압력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과 사이가 안 좋으니까 베트남 수입은 막는다고 한다. 중국이 머리를 써서 그렇게 한다”고 우회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참모진들을 향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들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CJ는 지난해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 1위로 뽑힐 정도로, 이미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추진에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CJ는 대통령과의 만남 하루 전인 26일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에 적극 부합하는 방침도 내놨다. 방송제작 직군, 조리원 직군 등 파견직 3008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

또한 사내 하도급 직원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중에 각 계열사별로 고용 형태 전환 방식·시기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호칭을 ‘서비스 전문직’으로 바꿔 전문직 개념을 강화하고, 의료비 혜택을 추가해 정규직과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는 무리한 계획보다는 정규직과의 격차 해소, 가능한 직종의 정규직 전환 등 실현 가능한 대책 중심으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