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경태 “文정부 ‘밀어붙이기식 증세안’…국민 설득 못하면 실패할 것”

2017-07-27 19:20
[경제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2>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증세안’에 대해 “국민 설득을 못 하면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증세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크다. 현재로선 상임위원회에서 논쟁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조경태(4선·부산 사하을·자유한국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의 고민은 깊었다. 당·정이 ‘초고소득 증세’에 드라이브를 건 27일 오전 국회 본청 기재위원장실을 찾았다. 한국당 소속인 조 위원장은 세법 개정안 처리의 소관 상임위원장이다.

조 위원장은 ‘증세 수정안 내지 밀어붙이기식 정책 결정 과정의 수정이 없다면, 세법 개정안이 기재위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의 뜻을 묻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설득력 있는 합의 과정을 생략한 채 추진한다면 정부의 증세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선을 그었다. 조 위원장은 제1야당이 된 한국당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당은 안 된다고 주문한다”며 “예전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그랬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도 ‘사회적 합의’, ‘공론화’, ‘정략적·정치적 논의 반대’ 등이었다.

조 위원장은 “상임위원장으로서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여당 증세안 이외 대안이 없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여야에 던진 화두는 ‘솔직해지자’다. 조 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 증가에 대비하는 방법은 세입을 많이 발생하는 요건을 만드는 것과 국채 발행, 두 가지”라며 “후자는 결국 증세다. 다만 증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법인세·소득세율을 높이는 방법 말고도 경제활성화를 통한 증세도 있다. 무엇이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법인세 인상 기조에 대해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을 다시 외국으로 다시 내모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규제 철폐’와 ‘서비스산업 육성’에 나서면 국민 경제의 충격을 줄이면서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공무원 일자리 충원’ 등 공공부문 확대에 대해서도 “지난해 국가부채 1433조1000억원 중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752억6000억원으로 절반”이라며 공공부문 개혁을 역설했다.

아울러 ‘묻지마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는 효율성 등 시장 논리를 접목하고 대신, 민간기업이 먼저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의 시선은 정쟁의 국회가 아닌 2030세대에 쏠렸다. 그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며 “이들에게 국가부채 등 미래의 짊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 등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청년창업기업육성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경유착의 민낯을 드러낸 면세점의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선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 누가 못하겠나”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누가 못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여름 정국을 마치면, 국정감사와 예산정국이 도래한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위원장으로서 임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19대 국회의 여대야소 국면에선 야당이 정부·여당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수정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새로 형성된 여소야대 국면에선 야당이 정부 원안을 표결로 부결시킬 수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합의가 이뤄져야 예산안이 처리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올해 국감과 예산안 처리만큼은 여야가 잘 공조하고 협의해서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정책 기조로 ‘착한 성장론’을 내걸었다. 일자리중심 성장론·소득주도 성장론·동반 성장론·혁신 성장론 등 4개의 큰 줄기가 핵심이다. 결국 대선 때 말한 ‘포용적 성장’의 연장선상인데,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들께서 낸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일자리 중심 성장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민간영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청년 대상 취업정보 제공,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 운영, 기업과 구직자 간의 인프라 구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업군 표준화 작업 등이 정부의 역할이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건 누가 못하겠느냐.”

-정부 1기 경제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등이다. 1기 경제팀의 전망과 최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실업률이 심각하다. 당연히 일자리 정책이 최대 경제 과제 1순위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시장이 더 위축될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지 않나. 최저임금을 높이면 가계소득이 오르겠지 하는 식의 발상은 너무나 단순한 논리다. 일본·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역별·분야별·업종별·업태별·업무숙련도별 최저임금이 각기 다르다. 스위스·덴마크 등은 심지어 법적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우리 경제도 보여주기식 경제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식으로 가야 한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기업을 외국으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文정부 증세안, 기업 외국으로 내몰기”
-정국 화약고인 증세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의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증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증세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무엇이 선행돼야 하나.) 세출 계획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내지 못하고 과정을 생략한 채 추진한다면 정부의 증세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놓고 ‘군사작전식’ 의사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나, 정책 시행에 따른 후폭풍에 따른 고려 없이 몰아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내렸다. 왜 낮췄겠느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2000년 30.2%에서 2016년에는 22.5%로 급격히 하락했다. 유독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만 기업들에 법인세 인상을 강요한다.”

-법인세 인상 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당장 법인세 인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추락,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수출물량 감소 등의 후폭풍이 예고된다. 정부의 법인세 인상 기조는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을 다시 외국으로 다시 내모는 정책이다”

◆“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없으면, 증세안 헛구호”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가 없으면, 증세안 헛구호”라고 주장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기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그간 비판받아온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문제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은 물론, 세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유달리 높다. 2015년 기준 46.5%다. 당연히 세입 확보가 어려워지고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약화된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 증세안도)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근로소득자 면세자는 특정 계층에 국한한 문제인가.
“아니다. 총급여 1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100% 면세다. 1000만∼1500만원 구간은 86.3%가 세금을 낸다. 총급여 3000만∼4000만원 구간의 면세자 비중은 30.3%에 달한다. 총급여 4000만∼4500만원 이하 구간은 19.5%, 4500만∼5000만원 구간은 12.8%가 세금이 ‘0원’이다. 총급여 1억원을 넘는 근로소득자 가운데 0.2%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면세자 비율이 35.8%, 캐나다(이상 2013년 기준)는 33.5%로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영국(이상 2013∼2014년 기준)은 한국보다 무려 40%포인트 이상 낮은 5.9%에 불과하다.”

◆“국가부채 중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절반’”

조경태 국회 기재위원장.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국회 기재위원장이 본 한국 경제의 국가재정 건전성의 미래는 어떠한가.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말해 달라.
“정부는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재량지출을 1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매우 편향된 재정 보수주의적 해석이다.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랏빚을 줄여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으로 인한 국가부채는 2016년 기준으로 143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공무원과 군인 연금 충당으로 인한 부채는 752조6000억원이 넘는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최대 폭을 기록 중이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미국발(發) 금리 상승과 중국의 경제 보복 등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경제 산업 전반적인 분야에서의 변화가 요구된다. 대내적으로는 내수둔화로 인한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양극화 심화 등의 구조적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우선 우리에게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저출산·고령화에 접어든 우리 사회 모두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최근 청년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했는데,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제1조건은.
“청년은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이자 주체다. 일자리도 청년들이 직접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을 봐라. 우리도 청년창업기업을 지원 육성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또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주택문제다. 사회 초년생들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이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