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없는 北, 고심에 빠진 대북정책...대북 先유화조치 유지될까

2017-07-26 16:14

[사진=연합/AP]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정전협정일(7월27일)을 기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선(先)제 대북 적대행위 중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앞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이 21일 무산이 된데 이어, 8월1일로 제의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희박한 상황에서 최근 북한이 특이한 군사적 동향까지 이어지면서 한반도 내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국방부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 보유 시기를 기존 판단보다 앞당겨 내년으로 예측하는 등 미국 내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지난 25일 문상균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도 북한이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계속 호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적대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1일 남북군사당국회담이 무산될 당시 선제 조치에 대해 열린 입장이었던 것에 비하면 정부가 입장을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전협정일을 기해 정부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대북 선제조치를 할 경우, 북한이 즉시 미사일 발사 등에 나서면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차분하게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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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화의 데드라인(마감시간)은 없고 정부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를 마냥 기다리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의 대북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 제의 후 한·미의 대북 공조 엇박자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려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추진은 북측에 남북 회담을 거부할 명분을 하나 더 안겨준 셈"이라며 "침묵하기보다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회담 거부의사를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을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일시 또는 완전 중단과 북한의 밀무역 차단 등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압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2~3주 만 중단해도 김정은은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 타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중국이 쥐고 있는 카드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 제재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중국과의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저부가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날 추이톈카이 미국주재 중국대사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미중 협력관계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펼치는데 당장 중국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사이 러시아가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는 등 여러 정황도 드러나 북·러 간 밀월관계 형성을 둘러싼 한층 복잡해진 동북아 안보지형을 예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8월부터는 미국의 전방위적 '북한 옥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에 군사회담·적십자회담을 제안한 문재인 정부의 입지도 약화될 가능성이 큰 동시에 향후 한·미 간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기간 앙금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