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게임업체 엑스엘게임즈가 최근 '문명 온라인' 개발 인력 대부분을 정리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올 초부터 잇따른 게임시장 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엑스엘게임즈는 이달 초 문명 온라인 개발팀 100여명을 서비스 종료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권고사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고사직된 직원들은 이 달 말까지만 출근하게 되며 사실상 정리해고 절차를 밟게된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10년 2K의 '시드마이어의 문명'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문명 온라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5년간 5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이 게임은 2015년 12월 정식 출시됐다.

당시 문명 온라인은 세계적인 게임의 IP를 활용한데다, 세션제를 도입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로 평가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엑스엘게임즈 내부적으로도 이 게임의 흥행에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명 온라인이 PC방 종합 순위 기준으로 상위 20위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부진을 거듭하면서 유저들의 이탈은 가속화됐다. 흥행에 실패한 엑스엘게임즈는 출시 1년만인 2016년 12월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서비스 중단이라는 '고육지책'을 선언하게 된다.

모바일 RPG '브레이브스'가 출시 약 7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은지 10일여 만에 겹친 악재였다. 흥행 참패로 엑스엘게임즈는 해당연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26억원 감소했으며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53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질 못했다.

문제는 엑스엘게엠즈의 문명 온라인이 종료되면서 이를 담당했던 개발자들의 운명도 함께 저물게 됐다는 점이다. 게임 업계 특성상 대규모 금액이 들어간 신작 게임이 부진할 경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필수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문명 온라인 국내 서비스 종료 당시 송재경 대표는 해당 개발팀을 중국 등 해외 서비스를 위한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수표로 돌아간 것. 

엑스엘게임즈는 2013년 초에도 온라인 PC MMORPG '아키에이지'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조직개편을 단행, 100여명의 개발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노동자들이 야근과 밤샘을 통한 '크런치모드(고강도 근무체제)'로 돌입해도 게임이 부진하면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모품처럼 쉬운 해고가 가능한 게임 업계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게임업계 중소 개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5시간으로, 일반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87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게임의 흥행 여부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지는 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부의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엑스엘게임즈는 올 초 이사회를 열고 기존 송재경 대표와 최관호 최고 전략책임자(CSO)를 공동 대표로 새로 선임했다.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통해 개발과 경영이라는 전문분야에 집중,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