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發 증세전쟁 임박 하반기 정국 화약고로
2017-07-23 18:54
여당 “조세정의 위한 핀셋 증세”…야 3당선 “반대신중론” 엇갈려
여당발(發) 증세론을 둘러싼 전쟁이 여의도 정치권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정부조직법에 이른 제3라운드다. 여야의 증세 찬반 전선은 올해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하반기 정국 내내 갈등의 화약고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경유세 인상 등 증세 전선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국회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당발 증세론의 핵심은 ‘핀셋 증세’다. 전 국민 대상 증세가 아닌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다. 증세의 방아쇠를 당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증세안은 △연소득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의 법인세 과세표준 신설 3%포인트 인상(현행 22%)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 2%포인트 인상(현행 40%)안이다. 당에서는 법인세 2조9300억원, 소득세 4900억원(이상 연간 기준)의 세수 증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안에 ‘반대론·신중론’ 등으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도 ‘법인세와 소득세 분리’ 등으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증세 역설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여당발 증세론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5개년 100대 과제 재원 178조원에 대한 재원 마련 논란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지였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원 과소 추계 논란은 5·9 대선 기간 때부터 불거졌다. 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204조원), 유승민 전 바른정당(208조원), 심상정 전 정의당(550조원) 대선 후보보다 낮은 수치다.
이는 ‘증세 저항’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상위 1%’ 프레임을 내걸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세금 폭탄’ 프레임 덫에 빠졌다.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도 각각 1977년 부가가치세와 2014년 담뱃세 인상으로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 당·정이 총대를 멘 증세론의 프레임 전쟁이 여당 승리로 끝날 경우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여당발 증세론을 ‘핀셋 규제’, ‘슈퍼 리치 증세’ 등으로 명명하며 선제적으로 프레임 전쟁에 나선 까닭이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소득 2000억원을 넘는 초대기업은 116개사로 전체 신고대상 기업의 0.019% 수준이고, 소득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 역시 전체 국민의 0.08% 불과하다”며 “이는 슈퍼리치 증세”라고 주장했다.
◆與野 증세 놓고 충돌··· “법인세 인상은 시기상조”
친문(친문재인)계인 김경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증세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맞은 이름을 붙여달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1% 증세’를 예시로 들었다.
당·정·청은 향후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리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당·정 협의에서 관련 입장을 밝힌다.
야 3당의 입장은 반대 속 신중론 우세다. 한국당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대선에서 증세를 공약한 만큼 신중론을 펴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두 야당은 당분간 ‘증세는 최후의 수단’ 프레임으로 시간 조절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야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소요 재정부터 정확하게 고백하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증세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양극화된 상황에서 증세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세출 개혁과 구조조정 등이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