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AFTA 재협상에 한미FTA 불똥튀나…업종별 한미FTA 평가 '극과 극'

2017-07-18 18:38
미 제조업 "재검토" vs 농업분야 "긍정적" 평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자국 수출품 접근성을 개선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한다는 내용의 NAFTA 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연합]

노승길 기자 =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로드맵을 발표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전격 폐기, NAFTA 재협상 공언에 이어 한·미 FTA 재협상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양국 간 FTA 개정을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 소집을 공식 요청하며 첫걸음을 뗐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공동위 개최가 무조건적인 한·미 FTA 개정절차의 시작은 아니며, 우리가 미국의 제안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공동위가 개정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의지가 강해 공동위 개최 후 한·미 FTA 개정협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강조해온 만큼, 미국의 요구는 사실상 개정협상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분야를 주 타깃으로 잡고 법률서비스, 스크린 쿼터제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등 큰 폭의 개정 협상에 주력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산업별로 한·미 FTA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 협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미 USTR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철강, 제조업 분야는 한·미 FTA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지재권, 서비스 분야의 경우 한·미 FTA가 잘 만들어진 무역협정이라며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미국영화협회도 한·미 FTA의 지재권 보호조항을 높게 평가했고, 나프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농업·낙농업 분야도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곡물협회는 "한·미 FTA가 보여준 긍정적 영향을 토대로 나프타의 협상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제조업체인 티타늄금속사는 "한·미 FTA 발효 후 원산지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 등으로, 미국 티타늄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워싱턴 지부는 "미국 내 산업 간에도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미국 산업별 의견을 검토,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지속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 측은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에 합의한 바 없으며, 공동위가 개정협상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 정부의 보호무역에 대해 "불합리하게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반덤핑 판정 등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며, 미국 측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