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 뮤지컬 ‘마타하리’ 이야기 깊어지니 새 작품 됐다

2017-07-16 12:47
화려함 덜어내고 플롯 구성에 집중
줄어든 마타하리의 춤 비중 아쉬워

뮤지컬 ‘마타하리’의 공연 중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정등용 기자 =지난해 초연 후 1년 만에 돌아온 대형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다. 초연 때 지적됐던 공연의 플롯(서사 작품 속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이 한 층 깊어졌고, 다소 과하게 느껴졌던 무대의 화려함도 한 줌 덜어냈다. 관객 입장에서도 공연의 외형보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 Margaretha Geertruida Zelle)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6년 초연 당시 4년간의 준비 기간과 125억원의 제작비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영국 웨스트엔드의 베테랑 연출가 스티븐 레인이 참여한 올해 작품은 예고된 대로 이야기에 집중됐다. 공연 시작부터 달랐다. 지난 초연이 마타하리와 여러 무희의 유혹 넘치는 춤으로 막을 올렸다면, 올해 공연은 자막으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뮤지컬 ‘마타하리’의 공연 중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를 두고 갈등을 빚는 아르망과 라두 대령의 관계도 더 섬세하게 그려졌다. 마타하리가 주인공인 만큼 주변 인물의 비중은 작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 공연에서만큼은 특히 마타하리와 아르망이 애정을 나누는 장면이 많아져 초연보다 이야기의 범위가 확대됐다.

무대 연출도 깔끔해졌다. 초연 때 마타하리와 아르망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선보였던 거대 비행기가 날아가는 구성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수준으로 간단하게 묘사돼 훨씬 보기 편한 느낌이었다.
 

뮤지컬 ‘마타하리’의 공연 중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옥주현과 엄기준의 조합도 좋았다. 마타하리 역의 옥주현은 이미 정평이 난 가창력과 연기력은 물론 마타하리 본연의 모습을 잘 살려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엄기준 역시 초연보다 입체화된 아르망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라두 역의 배우 민영기도 굵직한 저음과 시원한 발성으로 넘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만, 화려함을 줄이려고 하다 보니 마타하리가 여자 주인공로서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춤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초연보다 스토리와 퍼포먼스의 비중이 한결 개선돼 내년을 기대하게 한다. 공연은 오는 8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