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추경 집행시 경제성장률 전망치 2.8% 이상"

2017-07-13 14:14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안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며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앞으로 성장세가 확대되면 통화정책의 정도는 별도의 조치가 없더라도 더 완화적으로 된다"며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이 긴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CB뿐 아니라 다수의 중앙은행이 비슷한 상황이며, 우리나라도 성장세가 뚜렷해진다면 완화 정도의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는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오른 2.8%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유지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추가경정 예산안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 계획대로 추경이 집행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편성 내역, 집행 시기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추경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경제가 분명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고용시장이나 가계소득 여건 등 질적 측면에서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초점 맞춘 정부의 추경이 계획대로 집행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추경이 반영된 것인가?
- 이번 전망치에는 추경 통과 시점 등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추경이 집행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추경이 어느정도 영향 줄지는 추경의 편성내역, 집행시기, 집행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기 힘들다.

▲ 지난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하나?
- 지난달 완화 축소 조정은 향후 경기상황 개선이 뚜렷해지는 걸 전제로 했고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통위에서도 이에 대한 인식은 같이하고 있다.

▲ 성장률은 상향 조정됐지만 내수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 내수가 부진하긴 하지만 투자와 수출의 양호한 흐름에 힘입어 국내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이를 반영해 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성장세가 확대된다면 금리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는 좀 더 커질 수 있다. 6월말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성장세가 확대되면 별도의 조치가 없더라도 통화정책은 좀 더 완화적이 된다. 그래서 기존 수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완화정책의 축소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긴축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수의 중앙은행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은행 역시 성장세가 좀 더 뚜렷해진다면 완화정도의 축소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데?
- 가계부채는 총량 수준이나 증가속도 측면에서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총량으로 봤을 때 전반적으로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주로 분포돼 있고, 국내 금융기관의 충격 흡수도도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 6월 금융안정회의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대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 기준금리 조정하는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물론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측면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은 정부, 감독당국의 정책이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올렸고, 선진국 중앙은행도 긴축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간 금리차가 줄어들 수 있는데 향후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 6월 중순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연내 자산규모 축소 방침을 언급했다. 6월 하순에는 ECB와 영란은행 등에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채권금리가 지난달 상당폭의 오름세를 나타냈고, 국내에서도 시장금리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아 상당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한달 사이에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결정할 때 주요 고려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대일 대응을 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도 기대가 바뀌면서 국내외 시장 변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 현재 경기상황을 회복 국면으로 볼 수 있나?
-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경제가 분명히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여건이나 가계소득 여건 등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추경도 계속 성장세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고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계획대로 추경이 편성돼 집행된다면 고용시장의 질적 양적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도는 상황인데 왜 그런가? 물가가 높지 않은 상황이 통화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최근 국제 유가가 상당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물가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다보니 이에 대한 경기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약화된 점,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상승 압력이 낮은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언제까지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률이 점차적으로 높아져서 중기적 시기에서는 목표 수준에 접근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물가 상황보다 미래의 물가상황을 보고 하는 점에서 현재 수준이 지금의 통화정책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은 아니다. 지금 미국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ECB에서 긴축신호를 보내는 것도 물가가 여전히 낮지만 미래의 물가상황 보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 경제수정전망을 2.8%로 상향 조정했는데 한은이 보기에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성장이라고 보고 있나?
- 2.8% 성장은 잠재성장수준에 근접한 성장률이라고 생각한다.

▲ 완화기조 축소 방향이 기준금리 변동 이외에 어떤 것이 있나?
- 대출 등 다른 정책도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주된 정책 수단은 기준금리 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