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공룡' 중국의 진격

2017-07-15 06:00
'혁신 DNA'로 무장
기업들, 세계1위 도전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엇일까?

1. 세계에서 핀테크 활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2.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세계 시장을 절반씩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독과점 산업인 중대형 상용 여객기 산업에서 최근 독자적으로 여객기를 개발한 나라는?
3. 하루 평균 1만5000여개의 기업이 신설될 정도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나라는? 
4.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해서 세계적인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스 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논문을 가장 많이 낼 정도로 인공지능 연구 강국은?

정답은 모두 ‘중국’이다.

(1)중국의 핀테크 활용 지수는 69%로 세계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다. (2)중국이 독자 개발한 첫 중대형 상용 여객기 C919가 지난 5월 5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174석 중형기는 내년 2월 정식 취항할 예정이다. (3)중국의 2016년 신설기업은 552만8000개로 하루 평균 1만5100개 기업이 신설됐다. (4)중국은 4050건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한다. 2위인 미국의 2000건보다 두 배 가량 많다.<관련기사 2면>
 

[그래픽=김효곤 기자]



질문을 던진 이유는 중국이 더 이상 ‘덩치만 큰 공룡’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더 이상 13억 인구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퍼붓는 짝퉁의 나라가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 짝퉁 기질을 완벽하게 버렸다고 볼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중국이 덩치가 큰 데다 민첩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마음먹고 움직이기만 하면 어느새 ‘세계 1위’가 되고 ‘굴기(崛起·산이 불쑥 솟음)’가 된다.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 쓰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기세에 밀려 매출이 줄어들고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드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대표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에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여파까지 겹쳐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했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42만9000여대로 전년 동기 80만8000대 대비 무려 47%나 줄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기아자동차는 해법을 찾기 위해 TF팀을 구성했다.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 100여명으로 구성된 ‘중국시장 경쟁력 강화 TF’를 발족시켰다.

덩치도 크고 민첩하기까지 한 중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캐나다 출신으로 중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강단에 서고 있는 대니얼 A. 벨은 그 이유를 자신의 저서 ‘차이나 모델’에서 ‘현능주의(賢能主義)’라고 꼽는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정치를 맡긴다는 의미다. 능력과 성품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중국 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에 ‘혁신 DNA’ 씨앗을 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심겨진 혁신 DNA는 기업들이 한바탕 신명나게 춤판을 벌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마당’에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정부의 지원책과 규제 해소 노력은 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중국 경제와 기업들의 비약적 발전 근간에는 이런 ‘혁신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혁신 DNA로 무장한 ‘민첩한 공룡’ 중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질주하고 있다. 마치 제동장치가 없는 것처럼. ‘모방’으로 출발한 중국이 ‘혁신’으로 세상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덩치만 큰’ 공룡이 아니다. ‘덩치마저도 큰’ 공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