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VS 박지원 설전…DJ 딸·적자 공방 '감정싸움' 양상

2017-07-11 16:05
비난 여론에 추 '자제 모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당 대표 간 회동을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수경 기자 =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시작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간 '막말' 퍼레이드가 점입가경이다. '문준용씨 특혜 취업' 제보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시작된 설전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적자' 공세로까지 번졌다.

당 안팎의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추 대표 측은 앞으로 발언을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의 상황이 해소된 건 아닌 만큼, 확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11일 박 전 대표는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날 선 발언을 이어가는 추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 중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만 전화를 하니까 화풀이를 국민의당에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추 대표는 이 같은 발언에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백혜련 당 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통해 "본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추미애 대표를 향한 도 넘은 비난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고,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항변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설전의 시작은 추 대표였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대선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하게 비판하자, 추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7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의 대선 조작 게이트는 일찍이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으로, 당 시스템이 전격적으로 풀가동되어 유포시킨 것"이라며 "그런 사실과 결과의 후폭풍을 용인한다는 것은 형사법적으로는 미필적고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 36초 통화와 관련해 "최종 컨펌을 하는 시간은 36초로 충분하다"면서 "김대중의 적자라는 박지원 전 선거대책위원장께 양심에 따른 행동, 정치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지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북,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추 대표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전 대표는 "추 대표의 이성 회복을 촉구하며 담당 검사의 역할은 담당 검사에게 맡기고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만 하길 촉구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참으로 다행인 것은 추 대표가 일찍 사법부를 떠난 것"이라며 "만약 사법부에 남았다면 이런 편향된 시각으로 집권여당 망가뜨리듯 사법부까지 어떻게 되었을까 끔찍하다"고도 했다. "36초 통화가 추 대표의 추측, 예상과 다르더라도 국민의당과 저 박지원은 죽어도 좋다는 허위사실을 미필적고의로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 대표의 발언에 빗대 반박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추 대표가 작년 총선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과거도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저는 추 대표만큼 바보 박지원이 아니다"라며 "여당 대표가 검사 연습 마시고 DJ 딸이라고 자랑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시라. 지금처럼 여당 대표 하시면 대통령께서 한 자리 안 주시고 자리가 바뀐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한참 설전을 벌인 이들 간 신경전이 당분간은 잦아들 전망이다.

추 대표의 발언이 실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것이라는 점, 또 해당 발언으로 야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이를 감안한 듯, 민주당에 따르면 추 대표는 앞으로 발언을 자제하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향방은 수사 결과에 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