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속도조절에도 與野 협치 레드라인 빨간불…빅딜 실패 땐 ‘데드라인’
2017-07-11 16:13
최신형 기자 =‘빅딜 정국이냐, 꼼수 정국이냐.’
7월 정국이 중대한 갈림길에 봉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늦춰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7월 정국이 ‘파국이냐, 협치냐’의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속도 조절로 숨통이 트인 민주당은 대야 협상 창구를 열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위한 물밑 협상 준비에 나섰다. 당·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추경과 일부 인사를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도 살아있는 카드다.
◆당·청 협조로 파국열차 막았지만…정국 ‘안갯속’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급박하게 돌아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심 끝에 국회에서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하도록 대통령께 며칠 시간을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 추측된 △여야 원내지도부의 물밑 협상 △청와대의 임명 철회 의사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자진 사퇴 등 세 가지 시나리오도 사실상 ‘설’에 그치게 됐다.
여야는 우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협상 창구 재가동에 나섰지만, 국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의 정공법과 막판 빅딜 성사 정도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 원내대표의 개인적 판단이든, 당과의 조율된 사안이든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당의 입장을 수용한 첫 번째 정치적 변곡점”이라며 “정국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가능성↑
문제는 야권이 정국 키를 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 없이는 ‘보이콧’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당·청이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낙마하는 조건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국회 정상화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 간 분열 양상도 엿보인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며 강경일변도로 나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임명안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 “국회와 국민을 시험대에 놓고 테스트해보는 이런 일이 이뤄지면 대단히 교만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 국민을 기만하는 청와대와 집권당 간 핑퐁게임”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두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다만 보수야당이 청와대와 딜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솔솔 나온다.
대선 제보 조작 게이트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당·청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에만 국회 정상화 협조를 위한 딜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격앙된 분위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적폐세력, 국정농단 세력과 인사를 흥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전날 추경안을 단독 상정했지만,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에 처리하기 위해선 이날 중 안건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2∼3일 숨 고르기 직후 택할 카드가 국회 파행으로 이어진다면, 추경은 9월 정기국회 소집 때까지 잠잘 가능성이 크다. 국회 한 관계자는 “통상 8월은 휴가철이고 임시국회도 여야 합의가 필요한 만큼, 내달 임시국회 개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