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핫피플] '중국의 만델라' 류샤오보 간암 말기로 '위독'… 中당국, 해외치료 불허

2017-07-13 16:23

중국 대학병원에 입원한 류샤오보(劉曉波)를 진찰하고 있는 미국·독일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박은주 기자 =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건강상태와 거처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위독한 상태로 중국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중국 내외에서는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보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과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류샤오보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국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특히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를 독일에서 치료하게 해달라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여러 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중문 사이트에 따르면 ​류샤오보 역시 독일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며칠 전 그를 진료한 미국·독일 의료진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해외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담당 주치의는 류샤오보의 건강상태가 해외 이동을 할 수준이 아니라고 답했으며, 중국 외교부 역시 류샤오보를 외국으로 내보내라는 요구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며 그의 출국을 불허했다.

중국 당국이 이토록 발을 묶어두고 싶어하는 류샤오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장기간 비폭력 투쟁을 벌인 인물이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이기도 하다. 

1955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그는 지린대학 재학 시절부터 문학 서클에서 활동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꽃피웠다. 그는 1982년 베이징사범대 중문과 대학원에 입학, 문학석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대학에서 강사로 교편을 잡으면서 문학비평 활동을 이어나갔다. 

컬럼비아대 방문 학자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류샤오보는 톈안먼 사태 발발 소식에 즉각 귀국해 단식투쟁을 이끌다 중국 당국에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올랐다.

류샤오보의 행보가 다른 민주화 운동가들과 다른 점은 그가 해외 망명을 거부하고 중국에 남았기 때문이다.

톈안먼 운동에 가담했던 지도자 대부분이 중국의 탄압이 두려워 해외 망명의 길을 택했던 데 반해, 류샤오보는 끝까지 중국에 남아 활동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그는 네 차례 체포, 구금되며, 17년 가까이 수감 또는 가택연금되거나 노동교화소에서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다.

류샤오보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건 2010년 감옥에 수감된 상태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다. 그는 1935년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와 1991년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에 이어, 구금 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세 번째 인물이다.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타국에 귀화하거나 망명하지 않고 노벨상을 수상한 첫 번째 중국인이기도 하다.

'빈 의자'로 진행된 그의 수상식은 국제사회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감춰왔던 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국제사회는 그를 '중국의 만델라'로 부르며 관심을 쏟아부었다. 미국, 캐나다, 독일, 스위스 등 서구의 여러 나라들이 류샤오보의 석방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으며 학자, 작가, 변호사, 인권운동가들의 서명 운동 또한 줄을 이었다.

이번에 가석방되기 전까지 그는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 지난 2009년 국가 정권과 사회주의 제도에 불만을 품고 웹진 ‘관차(觀察)’, ‘BBC중문 사이트’ 등에 선동을 조장하는 글을 기재해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것, 그리고 중국의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을 해 11년 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