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해수부, 노후 어선 현대화로 복지‧소득‧고용 ‘세 토끼’ 잡는다

2017-07-11 17:35
해수부, 2020년까지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 개발로 해양경쟁력 강화
日‧中 어선 교체로 수익 극대화…적극적인 투자‧연구 절실

[김효곤 기자]

통영=배군득 기자  
정부가 30년 이상 노후화된 어선교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해양수산부가 어선 현대화로 선원 복지, 어가 소득, 선박건조 고용효과 등 세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이다.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선 현대화 사업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조업하는 연근해 어선이 대상이다. 연근해 어선은 대부분 1980년대 모델로 선령이 30년 안팎이다. 이로 인해 연료 사용량이 많고, 선상 복지공간이 열악해 승선기피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 조업 선박 4만5000여척 중 선령 16년 이상 된 어선은 2015년 43%(1만9000척)에서 2020년 69%, 2025년이면 85%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해마다 감소하고, 조선소의 경우 투자효과가 적은 어선 개발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탓에 일본‧중국보다 어선 현대화가 더디게 진행됐다.

전우진 해수부 어선정책팀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더욱 치열해질 연근해 어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을 개발, 2020년까지 교체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어선들이 30년 이상 노후화되면서 열악한 환경과 수익저하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선령 20년이 넘은 경남 통영의 한 멸치잡이 어선 내부는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듯 낡고 녹이 슬었다. [사진=배군득 기자]


◆열악한 조업 환경 개선 시급…고용효과 극대화 기대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에서는 미래 수산업에 적합한 수산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후어선 교체를 결정했다. 이는 연근해어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조업 중인 선박은 어획량 위주로 건조된 이른바 ‘노동 착취형’ 모델이다. 어선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공간도 없다.

자연스레 어업은 젊은층의 기피 업종이 됐고, 그나마 버티던 근로자들도 줄어드는 보수로 인해 하나 둘 어선에서 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런 악순환으로 어획량은 크게 줄었다. 1989년 1729만t이던 연근해 어업 어획량은 1996년 1472만t으로 뚝 떨어지더니 2006년 1109만t, 지난해 923만t으로 급감했다. 30년 만에 어획량이 반토막난 셈이다.

이처럼 어선 승선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자, 국제노동기구(ILO)는 2007년 신규 건조 어선에 대해 어선원 안전과 복지공간을 갖추도록 ‘어선원노동협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7년 협약이 발효됐음에도, 어선 현대화 착수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민간부문에서 투자대비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 어선 건조를 꺼리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민간의 경우, 새로운 어선 설계도 개발시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면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지원 없이 영세업체가 안전‧복지 및 비용절감을 고려한 혁신적 어선을 개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선령 20년 이상된 멸치잡이 어선 모습. 선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 장기 조업시 피로가 누적된다. [사진=배군득 기자]


◆일본 9년‧중국 6년 전부터 현대화 작업 착수

어선 현대화 사업이 시급한 이유는 연근해 조업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ILO 어선원노동협약 발표 이듬해인 2008년부터 ‘어업구조개혁 프로젝트’를 추진, 어선 교체가 상당수 이뤄졌다. 올해 5월 현재 어선개발 실증화 승인 프로젝트는 152개(종료 87건, 수행 중 53건, 예정 12건)이며, 정부는 연간 100억엔 내외의 연구개발(R&D) 지원 및 실증화 종료 후 보급에 나선다.

일본의 현대화 사업이 빠르게 진행된 것은 2008~2009년 연속으로 발생한 선망어선(스와호, 다이에이호) 침몰사고로 어선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2011년부터 연근해 8개 업종 22개 표준선형에 대한 개발을 끝마친 후, 신형 어선을 보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수산기금(EFF)사업’을 통해 안전성 향상, 작업환경 및 경영개선 등을 위한 노후어선 대체건조, 선체‧장비 개량 및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개발한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 뒤쪽에 어군 탐지기를 장착해 기동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사진=배군득 기자]


◆자국 중심 어선개발 추세…한국형 표준선형 어선 주목

수산업에서 어선은 어획량과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산이다. 국가차원에서도 어선 관리는 수산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은 수산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확실한 방안이다.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 개발은 여러 제약요인이 있는 어선시장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외국에서 개발된 설계도면을 도입할 경우 △국내 어업의 고기잡는 방법 △해상환경 △어선설비 기준 등에 맞춰 개조(수리) 비용이 추가된다는 부담이 따른다. 특히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를 조업 경쟁국, 조선산업 경쟁자로 인식해 기술 유출을 꺼린다.

일본은 2008년 이후 어선 현대화 추진 과정에서 발생된 중고선박을 다른 나라에 매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동일어장 경쟁자로 인식해 매각을 기피하고 있다.

전 팀장은 “중고어선 수입보다 신규 어선 건조시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며 “그러나 유지보수 비용과 연비절감, 안전성 향상, 최적 어로시스템 적용에 따른 경영효율성 제고로 장기적으로는 어업경영 개선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의 개발‧보급을 통해 어선사고 감소, FTA 대응 등 어업경쟁력 강화에 도움 될 것”이라며 “고사(枯死) 위기에 있는 중소 조선소 신조물량 창출 등 미래 수요를 고려할 때 외국 중고선 도입이 아닌 국내 어선 건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30년까지 선령 21년 이상 어선 2만9300척의 20% 수준인 5860척을 한국형 표준선형 어선으로 교체할 경우, 어선 신조 수주액은 16억8000만원, 조선‧금융 등 전후방 연관산업 6조4000억원, 취업유발 효과 2만9000명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