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7]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류 종말의 가능성
2017-07-10 18:00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7
(초빙 논설위원, 정보사회학 박사)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류 종말의 가능성
인공지능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극적 예언들을 많이 듣게 된다. “인공지능의 완전한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예언이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이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끔찍한 예언들이 많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는 인공지능이 호모 사피엔스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쓴 책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응용할 수 있게 만든 기계학습 알고리즘 딥 러닝(deep learning)을 인공지능에 적용하면서 이런 비극적 예언들은 현실적 설득력을 얻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갖고 있는 이 운영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존재 너머의 것을 상상하는 습성이다. 모든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호모 사피엔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의 운영체계는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을 일상적으로 한다. 직립하기 시작하면서 눈은 땅에서 하늘로 그리고 우주로 향한다. 계절의 순환과 별자리의 운행을 알게 되면서 시간 너머의 시간을 꿈꾸게 된다.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는 시공간에 갇힌 호모 사피엔스가 시공간을 초월하려는 의지를 주술적으로 표현한 내용들이 자연주의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종교와 예술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시공간의 한계에 대한 두려움은 예술로 나타나고 시공간을 초월하려는 의지는 종교로 표상된다.
문명과 제도는 예술과 종교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등장한 시스템들이다. 샤먼들이 정치지도자가 되기 시작하면서 종교는 법과 제도가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현실의 안락함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의 관념적 운영체계는 한 번도 작동을 멈춘 적이 없다. 평소에는 작동이 멈춘 듯 보이지만 인간 육체에 깊게 내부화된 이 운영체계는 항상 작동되고 있다. 산업혁명 시기에 과학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종교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기독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혁명 시기보다 더 과학적이고 더 이성적인 사회에 살고 있지만 종교가 의미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인간의 추상적 운영 체계는 오랜 진화적 산물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수만년 동안 하드웨어,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콘텐츠, 네트워크의 진화를 통해 발전해 왔고 계속 진화 중이다. 직립하기 시작하면서 뇌가 커지게 되어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성과 감정을 발전시켰고 이웃과의 연대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다. 한 개체 안에 정신과 육체가 존재하면서 자연생태계와 교류하면서 지금껏 생존해왔다. 지능은 호모 사피엔스의 구성 요소 중 극히 일부분이다. 인공지능은 아직 많이 불안하고 활용범위도 극히 제한적이다. 인간 자체가 중요한 질문이다. 진화의 과정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고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문명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수만년 진화의 시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류 멸망의 스토리는 유쾌하지는 않지만 가끔 반복되는 진부한 레퍼토리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마다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인류의 종말이 이야기되어 왔다. 과학기술의 급진적 발전이 있을 때는 과학자들에 의해 지구의 종말이 주장되어 왔다. 원자탄, 수소폭탄의 이야기는 이제 진부한 사례가 되어 버렸다. 외계인 침략에 의한 인류 멸망과 특정 바이러스 유포에 의한 멸망 역시 자주 이야기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면서 계속 살아왔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기술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일부 기업 등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들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이해·분석·변형시키면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유리한 기술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미래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