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호 대만 태권도 품새 감독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요”

2017-07-09 11:46

[대만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진호 감독. 사진=이진호 감독 제공]

전성민 기자 =대만 국가대표 감독직은 영화처럼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무 연고도 없는 대만에 혈혈단신 건너 간지 7개월 만에 이진호(28) 감독은 대만 품새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도 오롯이 전해졌고, 대만 팀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진호 감독은 말 그대로 꿈같은 1년을 보냈다. 2016년 7월 이진호 감독은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주립체육대학교 코치를 맡게 됐다. 용인대학교에 교환 학생으로 왔던 경험이 있는 대만 학생의 추천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대만의 태권도 저변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태권도 전공을 갖고 있는 대만 대학교가 10개 이상이다. 문제는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품새에는 리듬이 중요해요. 심판들은 동작이 물 흐르듯이 이어져야 높은 점수를 줍니다. 처음에 대만에 갔을 때 선수들은 마치 로봇처럼 동작이 딱딱 끊어졌어요.”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었다. 스승에 대한 믿음은 가르침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처음에는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훈련이 없는 시간 틈틈이 어학원을 다니며 말을 조금씩 익혔고, 매일 오전 6시30분에 3km씩 달리기 훈련을 함께 하며 같이 땀을 흘렸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동작을 직접 보여줬다. 자유 품새를 보완하며 새 품새에 대한 훈련에도 집중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대만팀은 2016년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0회 세계 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체 금메달,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공석이 된 대표팀 품새 감독을 찾고 있었던 대만태권도협회는 이진호 감독을 선택했다. 이진호 감독은 2017년 1월부터 대만 품새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1970년대 대만으로 넘어가 태권도 전파에 힘써온 김사옥(74) 단장은 ‘대만 태권도의 개척자’다. 이후 한국 태권도를 세계에서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이진호 감독이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는 남다르다.

이진호 감독은 지난 6월 16일 남녀 대표팀 선수 16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 용인대, 가천대, 팀 나르샤, 세계태권도연맹시범단, k-타이거즈 등에 협조를 구해 함께 훈련하면서, 대만 선수에게 한국의 태권도를 경험하게 했다. 이진호 감독은 “한국에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대만 선수들이 직접 보면서 많이 놀라더라구요.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단단히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자극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2017춘천코리아오픈대회에서 대만 태권도팀은 30세 이하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 17세 이상 자유 품새 남녀 단체전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 3, 은메달 7,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중요한 대회를 한 달 여 앞두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사진=이진호 감독 제공]


선수 시절 2011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12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진호 감독은 오는 8월 열리는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대만 대표팀을 이끌고 또 한 번 도전에 나선다. 아직까지 대중에게는 생소한 품새 종목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열정 많은 젊은 감독은 꿈도 많다. 이진호 감독은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이 있어요. 대만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태권도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열심히 해서 먼 훗날에는 한국 대표팀에서 지도자를 해보고 싶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