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가이드라인 도입 1개월 "성장 속도 확실히 더뎌졌다"
2017-07-06 18:00
부동산 상품 등 대출액 증가 속도 둔화돼
"이제 막 시작한 혹한기, 언제 끝날지 몰라"
"이제 막 시작한 혹한기, 언제 끝날지 몰라"
윤주혜 기자 = 단 몇분만에 수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하며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켰던 P2P금융이 된서리를 맞았다. 올해 5월말부터 개인투자 한도가 1000만원으로 묶이자 6월 한달간 성장 속도가 기존보다 한참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는 앞으로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6일 한국P2P금융협회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신규 회원사를 제외한 기존 47개 회원사의 6월말 기준 총 누적대출액은 1조 908억원으로 전달 대비 908억원(9.17%) 증가했다. 이는 5월 증가액인 1221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증가액을 세부적으로 보면 5월 1221억원(14.07%), 4월 1336억원(18.19%), 3월 1069억원(17.03%), 2월 1001억원(18.97%)이었다. 6월 들어서 누적대출액의 증가 속도가 둔화된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눈에 띄게 증가 속도가 느려진 것은 투자 한도가 100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했던 거액 투자가 가로막혀서이다. P2P 관계자는 "투자 한도 제한이 시행된 뒤 모객하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며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5시간 걸렸을 상품이 이제는 10시간 넘게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규 투자자가 하루에 10~20명 들어온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내보내는 대출금액에 비하면 들어오는 투자금액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이같은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구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에는 마케팅에 기댈 수밖에 없으나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특정 상품에 대한 추가금리 같은 현금성 리워드나 이벤트'를 금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 고객이 P2P업체나 투자 상품을 지인에게 소개하는 '친구 추천'이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 투자자를 유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 유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투자자 한 곳으로부터 10억원을 유치하면 개인투자자 100명을 모집한 것과 같다"며 "업체 대부분이 기관이나 법인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고 상황을 전했다.
업계가 투자 한도 제한을 돌파하는 뚜렷한 방법을 마련하거나 정부에서 투자 제한을 풀지 않으면 P2P시장의 위축은 불보듯 뻔하다. 일부 대형 P2P업체를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만큼 투자자들이 여러 업체에 분산 투자할 여건도 아니다.
P2P 관계자는 "이번달보다 다음달 지표가 더 안좋을 가능성이 높다"며 "혹한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