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정통 금융관료 출신의 덕장 스타일...산적한 문제 해법 찾아야

2017-07-03 18:20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3일 수출입은행 대회의실에서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

아주경제 임애신·윤주혜 기자 =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54일 만이다. 금융 감독과 실무를 모두 경험한 덕에 '금융통'이라고 평가받는 만큼 인사청문회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3일 금융위원장 후보로 최종구 현 수은 행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청와대 발표 직후 간담회를 열고 "금융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자리에 앉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금융위원장으로 임명이 된다면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해결,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기업구조조정 등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동안 금융위원장 자리에는 여러 금융권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본인이 고사하거나 인사검증에서 탈락, 인선이 한 없이 미뤄졌다.

앞서 지명된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회피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청와대 내부 인사 검증이 더 까다로워진 것도 한 원인이다. 특히 금융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치권의 힘 겨루기도 금융위원장 인선 지연에 한 몫 했다.

◆ 민관 경험한 '금융통'...조직 장악력 '으뜸'

최 후보자는 정통 금융관료 출신으로 민과 관을 모두 경험한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1957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정책과 국제금융, 국제경제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끝으로 1년여간 야인 생활을 하던 최 후보자는 작년 1월 SGI서울보증보험 CEO에 선임됐고 지난 3월부터는 수출입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후보자는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이렇다 할 정치색이 없는 게 장점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 장악력이지만 아랫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허례허식도 없다. 성격 자체가 신중하고 예의 바른 덕에 함께 일한 직원들 사이에서 싫은 소리가 나온 적이 없다. 그가 기획재정부 시절 '가장 닮고 싶은 상사'에 뽑힌 이유다.

SGI서울보증보험 직원들도 그를 '소통에 뛰어난 CEO, 솔선수범하는 업무 스타일'로 평가했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 유일하게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를 받지 않은 은행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은 내부에서는 이번 금융위원장 내정 발표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수은 관계자는 "마치 능력있는 멋진 남자친구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최 행장 취임 이후 모처럼 업무에 탄력이 붙었는데 금융위원장으로 가게 돼서 다들 아쉬움이 크다"고 상황을 전했다.

◆ 업계 "호불호 없어"..."관치금융 근절해주길"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위원장이 누구냐보다 인선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계는 어느 업권일 것 없이 금융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인해 경영전략을 수립에 어려움이 컸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 자체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 역시 "최 후보자가 민·관 양쪽 다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금융정책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 뿐 아니라 각 업계에 대한 이해도 깊을 것"이라며 "금융계와 정치권의 연계역할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의 능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위원회가 그랬던 것처럼 관치금융을 이어갈지, 아니면 민간 자율을 중시하는 기조로 갈지 아직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업권과 업권 투자자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금융권 해결 과제 산적...당장 가계부채 대책마련 '시험대'
 
최종구 후보자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완화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게 해야 함과 동시에 대출 규제로 인한 소비와 경기 위축이 야기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당장 다음 달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에서 연 대통령·수석보좌관 회의에서 8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도 중요한 사안이다.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상태다. 하지만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과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방식 적용 등을 해결해야 한다.

또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와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 우리은행 민영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동안 미뤄졌던 산하 유관기관 인사도 숙제다. 공석인 SGI서울보증보험 사장과 수협은행 행장을 비롯해 후임 수출입은행장도 임명돼야 한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종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 당의 입장은 최 후보자를 찬성한다"며 "반대할 경우 인사청문회 등의 과정까지 고려하면 임명이 너무 늦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사검증에서 문제점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최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 후보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동갑이지만 행시 한 기수 선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 회의 등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