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 “부동산허위매물, 외국인 피해 심각 수준”
2017-07-05 07:10
"센터에 접수되는 부동산 상담민원 중 60% 이상이 보증금 반환 문제"
"공인중개사 확인·설명의무, 외국인에게도 존재…센터 찾아야 피해 막아"
"공인중개사 확인·설명의무, 외국인에게도 존재…센터 찾아야 피해 막아"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부동산은 높은 벽입니다.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센터를 찾는 경우가 잦습니다. 최근에는 허위매물에 따른 외국인 피해 상담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서울글로벌센터 빌딩에서 만난 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은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 고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08년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해온 서울글로벌센터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편의를 지원하는 다국어 종합 지원센터다. 생활상담, 부동산, 구직 등 기본적인 분야부터 창업과 법적 분쟁, 의료 보험, 세무, 문화, 운전면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10개 국어로 상담을 진행한다.
카버 센터장은 “유학생 등 여유가 없는 외국인에게 전세 보증금은 큰 부담으로 일단 내는 것도 문제지만, 돌려받는 것도 문제”라면서 “센터에 접수되는 부동산 관련 상담민원 중 60% 이상이 보증금 반환 문제인데, 한국 생활 도중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 등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집주인이 전세계약 중도해지 등 사유를 들며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사례 등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주인이 아예 외국인에게 집을 내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자주 발생한다”면서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불안감과 문화가 다르다는 불편함 등 때문에, 특히 흑인이나 동남아인들이 한국에서 집을 구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외국인에게 접근, 허위매물로 사기를 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매물사진 등을 보고 공인중개업소를 찾아가면 어제 집이 나갔다거나, 비슷한 집을 보여주겠다면서 아예 다른 집으로 안내해 계약하는 피해도 많다. 심지어 외국인에게 샤워실이 남녀공용인 집을 소개해 피해사례로 접수된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최연식 상담위원은 “내국인과 똑같이 외국인에게도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가 존재하지만, 이를 확실하게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일단 외국인이 얻을 수 있는, 확인 가능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자국민에게도 어려운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등을 외국인이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계약 이후 소유권 문제 등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상담을 받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제대로 된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하지 않고 친구 등 지인을 거쳐 부동산 거래를 하다가 큰 피해를 보는 사례”라며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거나, 서울시에서 지정한 글로벌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거래해야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서울시는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글로벌 공인중개사무소 20개소를 2008년 전국 최초로 지정한 이후 현재 203개소까지 확대했다. 글로벌 공인중개사무소는 외국인이 많은 용산구(57곳)와 강남구(23곳), 서초구(17곳), 송파구(15곳)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년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최근 올 연말까지 글로벌 공인중개사무소를 23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질문의 범위를 넓혀 전반적인 우리나라 생활 만족도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을 물었다.
카버 센터장은 “안전에 대한 부분은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 크게 만족하는 부분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면서 “그러나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 주거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답답하다거나, 우울하다는 고충을 털어놓는 외국인 친구도 많다. 층간소음과 방음에 대한 불만도 매우 높고 아파트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 생기더라도 입주민회의 등에 참석하기 어려운 점 등도 문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불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처럼 외국인들도 요즘 들어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나조차도 일반먼지가 많다고 느낄 정도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로 한국 생활 13년 차인데, 처음과 비교하면 인터넷 발달 등으로 외국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늘며 한국 생활의 질도 높아진 것 같다”면서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