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버스 'ALL-STOP' 되나?···버스 업체 민낯 드러나

2017-07-05 09:32
울산지역 시내버스 업계, 적자 노선 휴업 추진
10일 조정회의 결과 합법파업 불씨 여전...운행 차질 '우려'

울산 시내버스 차고지 전경. [연합뉴스]


(울산) 정하균 기자 = 울산 시내버스의 민낯이 드러났다. 18억원대의 연료(CNG·압축천연가스)비 체불로 울산지역 시내버스 회사인 신도여객에 가해진 연료 공급중단 사태가 일단락된 가운데, 300억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대중교통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도여객의 연도별 연료비 연체 현황을 보면 2012년 1억원, 2013년 1억500만원, 2014년 7600만원, 2015년 8억600만원, 2016년 3억7800만원, 2017년 현재(6월 11일) 기준 3억4700만원 등으로 누적된 연체금액이 18억1200만원에 달한다.

5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신도여객과 울산여객 등 7개 버스업체가 최근 시에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휴업을 신청했다. 경영수지 악화를 근거로 운송수입금이 원가의 80% 이하인 50개 노선 215대 버스를 1년간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는 대중교통 운행 차질을 우려해 휴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적자 노선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지난해 75억원에서 올해 117억원으로 인상한 상황에서 업계의 노선 휴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 기업노조 소속 한성교통 노조 등 7개 시내버스 노조가 오는 10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회의를 한 뒤 여기서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합법파업을 할 수 있어 재발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일각에선 시내버스 업계와 노조가 버스요금 인상이나 재정지원 확대를 노리고 각각 휴업신청과 파업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조정 결렬 시 합법파업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파업 시기나 방법은 향후 집행부가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우선 비상 수송버스 115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울산지역 시내버스의 난맥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울산시의 버스운영지원금(환승요금 포함)은 2016년 246억원에서 2017년 311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지만 버스회사의 경영수지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승객 감소가 주 원인이라 지원액을 늘려도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또 시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가스비와 임금 등을 보전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사측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자가용 이용 급증과 통근버스 운영, 신도시 조성에 따른 외곽노선 추가 등으로 적자폭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울산 시내버스업계는 사실상 자본잠식으로 금융업계 신용거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와 노조는 버스운영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준공영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연료비가 연체된 회사가 신도여객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성교통은 지금까지 22억9900만원, 유진버스는 18억1100만원, 대우여객은 9억8700만원으로 4개 회사를 모두 합치면 73억원이다. 수익창출의 유일한 수단인 승객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인건비 등 유지관리 비용은 늘면서 적자가 누적되는 버스업계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남구 신정동에 사는 김모씨(48)는 "자가용 없이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면서 "당장 내일부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크게 불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버스 외엔 다른 대중교통 수단도 없어 승용차 이용률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현재 버스업계는 가스 공급중단 등에 따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상황으로 연 300억원을 지원하고도 해결되지 않는 대중교통의 다양화 등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