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美 항공사 팬암으로 살펴본 항공업계 '치킨게임'
2017-07-04 08:00
김도윤 제니스홀딩스 대표
1980년대 전 세계의 하늘을 무대로 운항 노선을 확장하며 ‘파란 지구본’의 로고를 사용하던 ‘팬암(Pan Am)’이라는 항공사가 있었다.
미국의 코카콜라와 함께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을 상징하던 기업이다. 팬암은 세계 최초로 태평양 노선을 개척했으며 제트여객기의 대중화를 이끈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또 기내 서비스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노선을 보유한 팬암은 1980년대 경쟁 항공사가 잇따라 국제노선에 취항하면서 수익이 감소하자 자회사를 설립하며 국내 노선에 대한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게다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팬암은 미국의 세계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와 테러단체의 목표가 되면서 심한 몸살을 앓았다.
1977년 팬암·KLM 공중 충돌 사고, 1986년의 팬암 73편 파키스탄 테러에 이어 1988년 12월엔 팬암 103편이 로커비 상공에서 폭탄 테러를 겪었다. 결국 팬암은 테러와 항공사고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최근 미국의 뉴스위크(Newsweek)는 팬암과 관련한 특별 기고에서 파산 이유를 “수동적 대처와 학습장애”라고 밝혔다. 팬암이 격동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코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팬암 그룹은 결국 종말을 맞았다. 자신의 운항 노선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자회사를 설립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항공연료 가격의 상승, 재무손실 증가, 더욱 강력한 신규 경쟁 항공사의 출현, 독점적 규제 철폐 등에도 불구하고 독점 시절의 습관처럼 비대한 지출과 오만한 영업 및 관리 형태를 보였다.
국적 항공사도 다르지 않다. 일련의 경영 활동을 비춰보면 팬암의 종말이 오버랩된다.
국적 항공사들은 대기업이 대형항공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자회사로 저비용항공사(LCC)를 지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공사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분할 노선 확장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적 LCC의 성장세에 국적 대형 네트워크항공사는 독점 시절의 습관처럼 여행사를 대상으로 장거리 노선과 자회사의 항공권을 끼워 팔고 있다.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자회사를 설립한 다음 '치킨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기업 간의 거래 형태를 비난할 수 없지만, 중소규모 항공사와 여행사들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독점의 관행을 통한 횡포로 느껴진다. '제로섬'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 세계 항공업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