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미래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졸속인 이유
2017-07-03 14:44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달 22일, 업계의 강력한 반발 속에 통신비 인하 방안이 발표됐다. 어르신과 저소득층에게 월 1만1000원의 요금을 추가로 감면해주고,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까지 상향시키고,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통신비 인하는 대선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단골 포퓰리즘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이번엔 또 무엇을 내줘야 하나 하고 말이다.
이처럼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우려하는 정책을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할 만큼 그 공약 또한 철저하게 준비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 위원의 언급으로 보아 적어도 6월 6일까지는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다가 6월 10일 미래부의 세 번째 업무보고 후 “미래부가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미흡해 한 번 더 협의를 갖기로 했다”며 국정기획위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국정기획위의 압박이 있은 후 4일 만이다. 이날 미래부가 그동안 제시하지 못했던 통신비 인하 방안이 보고됐으며, 이후 6월 19일에 4차 업무보고를 거쳐 22일에 최종안이 발표됐다.
미래부는 이 짧은 기간에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과 문제점에 대한 예측, 시장에 미칠 영향이 고려됐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미래부는 어르신과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감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60대 이상 가구의 통신비 지출 기준이 높다는 수치와 소득 1분위에 있는 최하위 취약계층 통신비 비중이 높다는 통계청 자료를 들고 나왔다.
통계청 자료에 나온 그 수치는 절대적인 것일까. 보통 60대 이상 가구에선 자식들이 직장을 구해 독립했거나 결혼해 집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이 전기요금이나 교육비보다 통신비 비율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린 요인이 아니었을까. 꼼꼼히 따져보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또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 복지를 정부가 부담하는 사례가 없다며 미국의 사례를 들고 나왔다. 미국은 통신사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리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요금수준, 통신품질 등 모든 전제가 다른데, 왜 미국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는지 설명도 없다. 그저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됐을 뿐이다.
그 후 미래부는 취약계층 요금 감면에 정부 기금이 투입된 국가가 유럽연합(EU) 32개 국가 중 체코와 라트비아, 몰타 등 3개국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오직 3개국뿐이라는 이유로 묵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은 유한하나 조국은 영원하다'고 했다. 5년 뒤 문재인 정권이 끝나도 이동통신시장은 발전해야 한다. 지금 내세운 논리가 5년 뒤에도 통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래부가 제시한 통계와 설명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