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북핵 2단계 해법'에 트럼프 행정부 동의 끌어내 …한반도 이슈서 '주도권' 확보 성과(종합)
2017-07-02 14:09
남북관계·한반도통일·연합방위서 '韓 주도권 지지' 확보 이끌어내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간에 개인적 신뢰와 우의를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다.
또 회담 후 도출한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를 제제와 대화를 병행해 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상당 부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공동 해법 마련에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미 연합방위에 있어 한국의 독자적 역량 강화에 동의,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사드,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전작권 환수 등 한미 현안을 둘러싸고 향후 논란과 갈등 여지를 남긴 것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대북정책 = 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란 공동 목표를 평화적 방식으로 달성하는 데에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제재·대화 병행’이라는 북핵 해결에 대한 기본원칙과 접근방식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기조가 '비핵화 후(後) 대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핵 해법에 대한 인식 변화 가능성도 예상된다.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에 대해 큰 틀의 컨센서스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합의'를 넘어 '실효적 공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상이 임기 초반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데다 한국과 미국이 각각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지렛대로 삼고 중국의 '역할론'을 공동 압박해나간다면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 △연합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명시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한반도 통일의 직접적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앞으로 북핵 협상과 맞물린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과 관련한 미국 측의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단계적 해법론 채택 여부는 물론 설사 채택된다 해도 그 과정에서의 대북 보상 제공 여부와 대북 대화의 시점 등에 대한 두 정상의 인식이 아직은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 =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상호 안보 증진으로 한국을 방어하는 한미동맹의 임무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ㆍ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상호 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및 여타 동맹시스템을 포함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확장억제력 제공이라는 전통적 개념의 안보 확약이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특히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공동성명 내용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미는 그간 오는 2025∼2026년쯤이면 한국군이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작권도 이때쯤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전작권이 전환된다면 이보다 3∼4년가량 앞당겨지는 셈이다.
양국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등 정례 협의 채널을 통해 협력을 증진하고,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비롯해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또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 및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는 전작권 환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무역 불균형 문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드, 정상회담 의제서 빠져= 당초 양국 간 이견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정부, 미국 의회 지도부와 외교전문가들을 상대로 사드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 내지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사드 배치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 미국 측의 양해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정상이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큰 이견을 노출하지 않음에 따라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바로잡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사드 완전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주요 변수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연설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경제보복과 관련, “사드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한국의 주권적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고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제 보복 철회를 중국에 강하게 촉구했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감대를 이뤄낸 문 대통령이 중국과는 어떻게 입장 차이를 조율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