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들어 외면받을까 노심초사하는 ‘中’들…중견기업·중규직 어찌하리오
2017-06-29 17:1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중견기업’과 ‘중규직’은 기업집단 간·직군 간 ‘낀’ 대표적인 집단이다. 정부 등의 외면으로 수십년 동안 ‘기회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였다. 이들은 사회적 관심도 양극단(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쏠리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까 노심초사한다.
중견기업과 중규직이 중대 기로에 섰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50일이 넘었지만 정부 정책에서도, 국회 대책에서도 이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인 한·미 정상회담 경제인 명단에 중견기업(14곳)이 대기업(11곳)보다 많았지만, 갈 길은 구만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중규직도 마찬가지다. 이는 법적 용어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전격 방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선언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없었다.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형태의 중규직에 머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모델 전환에만 치중할 경우 수년간 중규직에 머물렀던 오래된 중규직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의 허리다. 29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전체 대비 15.7%(930억 달러·2015년 기준)에 달한다. 기업 수가 같은 기준 0.1%(3061개), 근로자 수가 6%(97만500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기여도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은 상시 근로자 수 50~300명 이상, 매출액 50억~300억원 초과 기업(3년 유예기간 존재)을 말한다. 대기업 계열사나 상시 근로자 수 1000명인 기업의 3년 평균 매출액이 15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유예기간 없이 중견기업이 된다.
특별법 제정에도 ‘압정형’ 산업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 선진국과는 달리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많고, 중견기업은 적고, 대기업은 드물다. 각종 규제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면 취득세를 비롯해 재산세,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이 사라진다. 지난해 말 기준 62개나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도 마찬가지다.
◆피터팬 증후군 만연··· ‘편법’ 중규직화 우려
결과는 ‘피터팬 증후군’의 만연화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성장판이 닫힌 중견기업의 원인으로 꼽힌 지원제도 단절을 비롯해 △불공정 거래지원 △반기업 정서 △기업가정신 쇠퇴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정책에서 소외된 중견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중소기업청(중기청) 수출팀을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은 암담하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신설에 나선 문재인 정부는 중기청에서 맡았던 중견기업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중견기업은 반색하지만, 중견기업으로 막 진입한 기업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을 당시 ㈜풀무원·오뚜기 등이 역차별을 받았던 것과 비슷하다.
‘반쪽짜리 정규직’인 중규직의 눈물도 만만치 않다. 중규직이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7년 참여정부의 비정규직법 도입 후다. 당시 2년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채용이 법제화하자,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기존 정규직과의 구별을 위해 무기계약직군을 신설했다.
법적 비정규직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말한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비정규직 차별금지 조항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접고용이냐, 자회사 설립이냐’를 놓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계약 기간은 6개월이다. 일각에선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중규직화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또한 사실상 올해 정규직화는 ‘공수표’로 전락했다. 편법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은 없고 비정규직의 편법화만 난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를 막고 노동의 유연성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