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철학은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로 요약된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지만, 영세사업자나 월세세입자 등 서민에 대한 지원은 확대한다는 것이다.

납세서비스도 향상해 강압적인 과세관청의 이미지를 벗어나 ‘납세자 친화적인’ 노력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정부처럼 반복된 서민증세나 꼼수증세로 공약재원을 마련하기보다 공평과세 강화에 역점을 둔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대기업‧고소득자 과세는 강화하되, 중산‧서민층의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우선 현행 10%인 월세 세액공제율을 인상, 세입자의 지원을 강화한다. 현행법은 연 7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75만원 한도로 10%의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대상자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근로소득증대세제 근로자 범위를 확대하고, 공제율도 상향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기업이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임금을 높이면 초과분의 10%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을 다시 시작하거나 취업에 성공하면 소액체납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2010~2014년 연 2억원 이하 재기사업자의 결손처분액 중 500만원을 한시적으로 면제한 적이 있다. 이 제도를 한시적으로 재시행하고, 적용대상자와 면제한도액도 상향하기로 했다.

영세 음식업자에 대해 의제매입세액공제의 공제율도 한시적으로 인상한다.

또 납세자 보호는 강화하고, 조세절차도 친화적으로 바꿔가기로 했다. 국세청 본청에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납세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지방청과 일선세무서의 납세자 보호인력 외부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중소납세자는 간편조사를 늘리고 사전통지 기간을 연장해 조사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세무조사 이외 사후검증 남용을 막기 위해 절차를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투트랙으로 조세정책을 펼치는 것은 우리나라의 조세제도가 소득재분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개혁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1분위 가처분소득 비중이 평균 이하"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조세‧사회이전 시스템의 재분배 효과가 약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저소득층의 소득은 2년 연속 감소했고, 소득분배를 볼 수 있는 지니계수도 지난해 다시 악화됐다.

한국의 재분배정책으로 인한 소득재분배 개선율은 10.1%로 핀란드(47.1%), 독일(42.5%), 프랑스(41.7%) 등과 비교해 크게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