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장진호 용사들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
2017-06-29 08:18
첫 방미 일정으로 장진호기념비 헌화…"한미동맹, 종이에 서명한 약속 아냐"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첫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해 첫 공식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기념사에서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우리 대통령이 찾은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67년 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고,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년 후 저는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며 "제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서 그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67년 전 자유와 인권을 향한 빅토리호의 항해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며, 저 또한 기꺼이 그 길에 동참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저는 오늘 이곳에 별칭이 윈터킹(winter king)인 산사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며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이며,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등병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미 해병대 중장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추진단체의 고문인 옴스테드 중장은 당시 처절했던 전투 상황을 설명하고 문 대통령에게 기념배지를 선물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 제독은 흥남철수 당시 직접 촬영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사진을 선물했다.
배지와 사진 등을 선물 받은 문 대통령은 "제게는 정말 소중한 선물"이라며 "장진호 전투 생존자들이 이제 50분도 남지 않았다는데 부디 오래 사셔서 통일된 한국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문 대통령은 '숭고한 희생으로 맺어진 동맹.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띠가 매어진 화환을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 헌화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 등과 함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오른쪽에 산사나무 한 그루를 기념식수했다.
이날 행사는 4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70분간 진행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중 현지교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환영 플래카드를 든 교민 수십 명을 발견한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교민과 악수하고 사인 요청에 응했으며, '셀카'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합동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같은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한 지 14시간만이다.
공항에는 안호영 주미대사 내외, 김영천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장 등이 마중 나왔다. 미 측에서는 로즈 마리 폴리 의전장 대리와 매리 티터 앤드류스 합동기지 군수전대장, 수잔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리 등이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영접을 나온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위해 워싱턴에서 남서쪽으로 57㎞ 떨어진 버지니아주 콴티코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