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부과 등 철강 정책 개편 초읽기...新 무역전쟁 촉발하나

2017-06-28 14:51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 부과 가능성 높아..."중국 우선 대상"
수입량에 따라 외국 기업에 대한 페널티 부과 가능성도
EU 보복 조치 준비하는 등 국가간 무역 전쟁 우려 나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이 하역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철강 정책이 개편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페널티 범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신(新)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BC 등 외신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 상무부가 빠른 시일 내에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무역확대법(United Expansion Act) 제232조를 근거로 긴급 조사를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두 달 만이다.

백악관 관계자 등에 배포된 초안에 따르면 새로운 철강 수입 정책은 외국 철강 회사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 판매량에 따른 페널티 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범위는 2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그동안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은 미국 철강산업의 생존에 위협 요소로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대북 정책이 부족하다고 밝히는 등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CNN머니 등 현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참을성이 없다"며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등 철강 수출국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건물, 교량, 워터플랜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등에 활용하기 위해 철강제품 3000만 M/T(메트릭톤)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5년 수입량(3500만 M/T)보다는 다소 줄어든 규모다. 한국,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일본, 독일 등에서 수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국의 철강 정책에 따라 외국의 보복 조치 등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EU는 미국의 자국 철강 산업 보호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부합하는지 살피는 등 보복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력한 보복 대상은 미국산 농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투자은행 매쿼리의 디렉터인 알도 마자페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이 개편된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의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며 "해외 기업을 미국 철강 시장에서 몰아내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철강 업계의 부활에 목적을 두고 있는 정책 개편 소식이 전해진 뒤 철강주가 평균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뉴욕증시에서 미국 철강업체인 AK 스틸의 주가는 장중 3% 이상 올랐고, 스틸 다이내믹스와 뉴코의 주가도 1%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