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인터넷 사유시대

2017-06-28 05:38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사진=지모비코리아 제공]


최근 5년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가 ‘인터넷 사유(互联网思维)’라는 말이다. 중국 최대의 IT(정보기술) 기업 바이두 창시자인 리옌홍이 한 행사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이를 중국 관영방송에서 정식으로 다루면서 유행하게 됐다. 현재 중국 IT산업의 발전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인터넷사유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시장, 제품, 고객, 기업 간의 가치 사슬, 혹은 비즈니스 전체의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유 방식을 뜻한다. 기업과 시장, 고객의 가치 사슬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 고객의 잠재 수요를 예측해 자본을 투자하고 생산량을 정하는 등의 일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사유 시대에서는 기업이 고객 참여를 기반으로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생산량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고객 주도의 생태계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사유 시대의 핵심은 사용자 주권이다.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고객 참여를 통해 제품 설계부터 생산 규모까지 정해지고 소비자의 자발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이 확대된다.

인터넷 사유 시대의 인터넷 사용자는 소비자이자, 참여자이자 확대 재생산의 플랫폼이다. 그들은 자기 욕구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것에 무한한 열정을 가진 집단이다. 이들의 욕구를 이해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사유를 대표하는 기업이 바로 ‘미팬(mi-fan)’을 기반으로 성장한 샤오미다. 이들은 창업 4년차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로서는 최초로 현지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인터넷 사유 시대는 구시대 산업 생태계에서 발생했던 불가측과 모호함에 종언을 고한다. 고객 참여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시장 규모 예측의 부정합성으로, 그것을 갖춘 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고객 대응의 부적확성으로 이를 갖춘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 사유는 인류가 지향해 온 가치를 실현하는 훌륭한 도구가 돼줄 지도 모른다. 첫째로 산업시대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계에서, 예측 가능한 생산과 개성에 부합한 소비 체계로 전이다. 둘째는 정책에 의해 계획된 것이 아닌, 합리적 담론에 기반한 공유 경제의 실현이다. 셋째는 개방적인 인터넷 플랫폼을 토대로 소비자의 생산 참여가 확대되면서, 창조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일이 가치 사슬의 정점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도 담론의 경계를 지역주의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 미국, 독일, 인도 같은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혁신의 사안들을 함께 공유해, 그것을 넘어서는 리더로서 부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