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 커가는데…손 놓고 있는 금융당국
2017-06-26 18:00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투기 양상으로 번지면서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권한과 제재 규정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데다가 제도 마련 논의도 지지부진한 탓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학계 및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TF팀은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상반기까지 가상통화 이체·송금·보관·교환 등 취급업에 대한 규율근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용자 자산보호나 거래안전성 확보 의무 등을 부과하는 방안도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통해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가 투기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당국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자 금융위가 지난 22일 '가상통화 투자 시 유의사항'을 안내한 것이 전부다. 유의사항 역시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니며 △가치 급락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개괄적 내용에 그쳤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일반재화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당국의 과도한 관여가 부담스럽다는 해명이다.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 자체를 해칠 수 있다는 변명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에 당장 개입하기는 힘들더라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성격이나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미 막대한 자금 유입과 함께 거래소 운영 체계의 허점을 노린 국내외 보이스피싱 범죄자, 해커까지 밀려들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만 수조원대가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간 합의된 방향이 없고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다면 가상화폐 시장이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통화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은 다른 나라의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지만 이에 대한 연구와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 제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