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민족음악과 그림자극, 크로스오버와 즉흥 -전통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2017-06-22 16:21

인민화보 모첸(莫倩) 기자 =‘신악부(新樂府)’의 음악 그림자극 정규앨범 <오행(五行)>의 첫날 녹음이 끝나자 삼중주밴드 ‘명무허(名無虛)’ 멤버인 쉬펑샤(徐鳳霞)가 웃으며 무대로 걸어나와 “아주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번 정규앨범은 현장 즉흥 공연과 동시녹음 방식을 채택하고 녹음을 개방적인 공연으로 승화시킨 중국 최초의 실험적 성격의 현장 즉흥 녹음이었다.
2015년부터 평탄(評彈)과 재즈, 곤곡(昆曲)과 록, 월극(粵劇)과 일렉트릭 등을 믹스했던 ‘신악부’가 이번에는 민족음악과 그림자극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림자극은 동물 가죽이나 종이로 만든 다채로운 그림자 인형으로 하는 중국 전통 예술인 민간 연극의 한 형태이다. 중국의 크로스오버 브랜드인 ‘신악부’의 즉흥 창작 시리즈의 7번째 정규앨범 <오행>에서는 바로 이러한 중국 전통 예술인 그림자극과 교묘하게 결합했다.
 

무대 중앙에서 ‘명무허’ 삼중주(왼쪽부터 민샤오펀, 우웨이, 쉬펑샤)가 민족음악을 즉흥 연주하면 뒷쪽 스크린에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한 그림자극이 펼쳐진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크로스오버의 ‘즉흥적 만남’
정식 녹음 전 ‘명무허’ 연주자인 민샤오펀(闵小芬), 우웨이(吳巍), 쉬펑샤와 그림자극 예술가인 왕위광(王玉光)이 분장실에 만났다. 이는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천웨이룬(陳偉倫) ‘신악부’ 제작총감독이 양 측을 소개했고 그들은 악수와 인사를 나눈 뒤 무대로 올라가 각자 준비를 했다. “공연무대에 오르면 필요한 것은 자연스러움과 즉흥성”이라는 천웨이룬 총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이런 만남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무대는 ‘명무허’ 삼중주, 그림자극 예술가, 홀로그램 기술팀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창작하는 것이었다. 민샤오펀이 비파와 중완(中阮)을, 우웨이는 생황과 이호(二胡)를, 쉬펑샤는 삼현과 고쟁, 목소리를 각각 맡았다. 그림자극 예술가 왕위광은 ‘소리에 따라 형태를 만든다’면서 음악에 따라 즉흥적으로 극을 진행했다. 그가 공연한 그림자극은 실시간 홀로그램 처리를 거쳐 무대 뒤 스크린에 나타났다.
민샤오펀은 “우리는 현장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면서 교류했다”고 말했다. 즉흥 공연이었기 때문에 민족음악을 연주하는 ‘명무허’와 그림자극을 맡은 왕위광, 홀로그램을 맡은 비전위(畢振宇) 모두 ‘어떻게 시작하고’ 또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었다. “즉흥 공연은 살아있는 것으로 현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우리도 잘 모른다.” 왕위광은 정식 녹음 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미지(未知)’가 첫날 녹음 때 잘 나타났다. 3차 창작에서의 표현은 쉬펑샤와 민샤오펀의 말처럼 매번 다르다. 멜로디, 리듬, 감정이 다 다르다. 또한 활력과 신비함이 가득하지만 금세 사라진다. 천웨이룬은 이렇게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을 표현하려면 예술적 소양과 숙련된 기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명무허’ 삼중주밴드는 2009년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됐다. 민샤오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비파 연주자이고, 우웨이는 국제음악계에서 손꼽히는 현대파 생황 연주자이며, 목소리를 즉흥 연주에 더한 쉬펑샤는 브레맨 실내악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등과 협연한 경험이 있다. 그림자극 예술가 왕위광은 2008년부터 즉흥 그림자극을 공연해왔으며 룽그림자극스튜디오(融皮影工作室)를 설립했다. 홀로그램 기술을 책임진 비전위는 7년 전부터 대화형 미디어 영상을 시험하고 창작했으며 취이젠(崔健) 등 중국 유명 뮤지션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다
“즉흥 창작이긴 하지만 주제는 있다. 이번에 ‘오행’이라는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공연한 것처럼 말이다.” 쉬펑샤는 자유로운 즉흥 방식이었지만 구조와 내용은 완전히 자유스러운 것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천웨이룬도 같은 생각으로 “자유는 제한이 있어야 향상되지, 자유만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천웨이룬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오행’은 중국의 수많은 개념의 기초라며, 오행은 세계를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로 나누며 5가지 물질, 5가지 색깔, 5가지 소리, 5가지 정서 등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칫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지만 주제가 있는 즉흥 창작과 비슷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전통에서 영감을 얻었고 힘을 찾았다”고 말했다.
녹음 전, 천웨이룬과 예술가들은 여러 차례 교류하면서 ‘금, 목, 수, 화, 토’에 대응되는 음악 언어, 그림자극 이미지, 계절, 소리, 정서 등을 토론했다. ‘금’의 경우, 금은 스산하고 변동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음악은 슬프게 시작하고 클라이맥스에선 관객의 심금을 울려주기로 했다. 또 옛 것을 따르면서도 혼란한 가운데 새롭게 태어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 그림자극 이미지는 신성한 것, 계절은 가을, 소리는 울음소리, 정서는 슬픔으로 정했다. 공연 현장에서 이런 요소가 적극 반영됐다. 생황 소리가 구슬피 울리면 비파와 고쟁이 화답했다. 때론 슬프게 때론 낭랑한 노랫가락과 무거운 북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리듬에 따라 스크린에 해골과 귀신이 흔들렸으며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선들이 조화를 이뤘다.
천웨이룬은 이번 창작에는 생황, 이호, 비파, 고쟁, 북, 삼현, 중완 등 중국 민족악기만 이 사용됐다면서 “모두 중국 것이지만 색다른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악부’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전지(剪紙), 미술, 전통극의 종합체인 그림자극에 관심을 가졌고 그림자극의 역사와 현황을 심도있게 연구했다. 이번 정규앨범을 위해 ‘신악부’ 밴드는 특별히 시안(西安)시 명청그림자극예술박물관을 방문해 명청시대의 그림자극을 참관했고 산시(陝西)지역 옛 예술가의 공연 영상과 자료를 살펴봤다. 천웨이룬은 “전통 영상을 한다면 그림자극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그림자극과 민족음악이 결합된 즉흥 창작이 오늘날의 예술에 또 하나의 소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림자극 예술가가 어린이 관객을 위해 ‘미녀와 야수’를 즉흥 공연했다. 이것도 룽그림자극스튜디오가 창작한 당대 그림자극 작품이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명무허’의 민족음악 즉흥 연주에 호응해 그림자극 예술가 왕위광(오른쪽)과 파트너 뤼인(呂印)이 그림자극 인형을 움직이며 즉흥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민샤오펀은 ‘명무허’ 3명은 서로 듣고 교류하고 영감을 주며 창작한다며, 당일 공연은 옛 악기와 목소리를 이용해 현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말했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창작의 무한한 가능성
녹음 당일 ‘신악부 소사숙(新樂府小私塾)’은 어린이 관객을 초대해 공연을 펼쳤다. “어린이들이 중국 전통을 더 잘 알아야 한다. 이 악기들과 그림자극이 중국 것이고 ‘오행’이 어떤 개념인지 알게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천웨이룬은 이렇게 말하면서 “현장의 즉흥 창작이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이 더 많이 시도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악부’ 발기인인 루중창(盧中強)은 ‘신악부’의 설립 취지는 현대 음악적 요소로 전통 민족·민간 음악을 새롭게 발굴하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신악부’는 곤곡, 평탄, 경극, 월극, 황매희(黃梅戲) 등 전통극과 현대음악의 융합을 시작했고 국내외 음악가 30명과 협업했으며 전세계 순회공연을 40회 했고 정규앨범을 15장 발매했다.
지난해 ‘신악부’는 ‘명무허’를 초청해 난징(南京) ‘십삼월공간(十三月空間)’에서 공연을 가졌다. 당시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그들의 음악적 상상력은 중국 민족악기의 세계적인 생각을 대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관객은 ‘명무허’ 3인의 즉흥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이번에 시도한 즉흥 창작은 루중창의 말처럼, 사람들에게 중국 악기의 즉흥 창작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이번 창착의 또 다른 주인공인 그림자극은 중국의 오래된 민간예술로서 송나라 때 번창했고 명·청 시대에 융성했다. 원나라 때부터 페르시아(현 이란), 샴(현 태국), 일본, 프랑스 등지로 퍼져나갔지만 지금은 점점 잊혀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림자극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 민간예술은 노 예술가가 세상을 떠나면 극본이 있어도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그림자극에 사용되는 전통음악 곡목도 젊은이들에게 흡인력을 잃었다. 천웨이룬은 “가장 큰 그림자극이라고 해도 길이 4m, 높이 3m 정도라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악제에 걸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악부’는 요즘 시대 상황에 적응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림자극 예술 계승에는 작은 그림자극을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 옮겨 눈길을 잡아끌 수 있는 아름다운 상태로 만들어 민족음악과 어우러지게 하는 현장 즉흥 창작이 포함된다.
‘신악부’의 창작에 대해 루중창은 “이제 갓 모색을 시작했고 앞으로 보다 풍부하고 대담한 시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웨이룬은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국 음악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