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투앱, 결제 시장 태풍된다

2017-06-20 18:39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여름휴가를 앞두고 네일숍을 찾은 직장인 김모(32)씨. 여름을 맞아 보석과 아트 디자인 5개가 들어간 9만원 상당의 젤 네일을 4만원에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흡족했다. 그러나 네일숍 주인은 "4만원짜리 젤네일은 워낙 특가라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며 "당장 현금이 없으면 계좌로 송금해도 된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모바일 뱅킹으로 네일숍 주인 계좌에 4만원을 입금한 후 원하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모바일뱅킹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스마트폰과 IT기술이 발달하면서 현금과 카드 없이도 물건 값을 지불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음식점, 피부 및 네일숍, 미용실, 옷가게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카드 대신 판매자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10~20%씩 할인해주는 미덕(?)도 생겼다.

이같은 추세는 '앱투앱(app-to-app)' 시대가 열리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앱투앱 결제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고객과 고객 또는 고객과 판매자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현금과 신용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물품 구매가 가능하다.

◆ 앱투앱 결제···카드사 위협할까?

카카오뱅크는 최근 앱투앱 결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출범할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통해 앱을 열어 비밀번호 4자리만 누르면 고객의 돈이 판매자 계좌로 전달되는 결제 방식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들도 별도의 결제단말기 대신 계좌이체를 통해 물건 값을 지불하는 '계좌 간 결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직접 송금되는 시스템이다. 해당 은행 모바일 앱을 실행시킨 뒤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를 누르면 대금 결제부터 현금영수증까지 자동 발급된다.

앱투앱 결제 활성화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앱투앱 결제는 신용카드가 거치는 별도의 결제 대행사를 거치지 않는 만큼 수수료 비용도 줄고, 계좌번호 및 보안카드 입력 등의 절차도 생략돼 거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특히 마이너스 통장이 계좌간 거래에 사용되면 카드사들의 할부금리보다 메리트가 커 머지않은 미래에 직불성 결제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앱투앱이나 계좌간 거래 서비스는 은행 잔액을 바탕으로 결제하는 만큼 결코 신용카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며 "휴대폰 소액결제나 각종 페이, 체크카드처럼 신용카드를 대체할 보조적인 수단에 머물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1차 타격은 밴사…최근 2년간 수익 반토막

앱투앱 결제가 상용화되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곳은 부가통신사업자(VAN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 중간사업자다. 중간사업자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결제 대행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중간 수수료가 대폭 줄지만 PG나 VAN사 입장에서는 주요 수익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들은 그동안 전산결제망 운용 및 전표매입, 부정거래 관리 등의 업무를 대행하고 카드사로부터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때문에 업계에에선 지난해 호실적을 끝으로 올해부터 수익이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뀐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더 큰 문제는 결제 대행사들이 마땅한 출구전략 없이 '수익절벽'에 내몰렸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 대행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고,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실시되면서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한국정보통신·한국신용카드결제 등 주요 밴사의 실적이 2년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108억 2284만원, 83억 3989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3.15%, 28.92%씩 줄었다. 같은기간 한국정보통신도 영업이익이 116억원에서 102억원으로 12.07%, 당기순이익은 90억원에서 76억원으로 15.56% 줄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한국신용카드결제도 영업이익이 1년 만에 45.45%나 감소했다.

한 밴사 관계자는 "결제대행 시장은 신용카드 이용과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마땅한 전략 없이도 으레 내년에는 더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던 분야"라며 "특히 경쟁 주체도 없었고 매년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밴사들이 미래전략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