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보물창고’…생태서비스로 진화하는 국립공원
2017-06-18 13:12
탐방 형태에서 벗어나 감상‧체험 중심 탈바꿈
국내 생태서비스 걸음마 수준…지속적으로 홍보‧개선해야
국내 생태서비스 걸음마 수준…지속적으로 홍보‧개선해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문제가 지구촌 공동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강력한 환경정책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환경보전 및 개선활동이 삶의 질을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 생활수준 향상, 주 5일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 증가, 건강에 대한 국민 인식변화 등으로 환경에 대한 기준과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립공원은 환경보전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원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을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입장에서는 양질의 자연환경 보전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되는 편익이 관리비용보다 클 때 공원정책을 실행하는 명분이 생긴다.
이는 국립공원의 효율적인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국립공원의 자연‧문화자원 등에 대한 정확한 경제적 가치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18개 국립공원 총자산가치(stock value)는 약 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35만원의 국립공원 재산을 보유한 셈이다.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 중 보존가치는 58조원으로, 탐방 이용가치 6조6000억원의 9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국립공원 이용보다 보존에 훨씬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공원별 경제적 가치로는 북한산 6조1000억원, 설악산 5조5000억원, 지리산 5조2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북한산이 다른 국립공원보다 경제가치가 높게 나타난 이유는 수도권 주민의 대표적인 자연휴식처로서의 역할과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든 점에서 찾아진다.
또 국립공원 중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이용, 자연생태계 보전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공단측의 설명이다.
국립공원이 사회경제적으로 연간 미치는 이용가치인 경제가치는 3조700억원으로, 공원별로는 북한산(2900억원), 설악산(2700억원), 지리산(2500억원) 순이다.
이런 결과는 국립공원 관리에 소요되는 연간 1300억원 비용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이 24배 이상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국립공원 50년…생태서비스로 거듭난다
1967년 12월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탄생된 지리산국립공원부터 지난해 8월 지정된 태백산국립공원까지 올해로 국립공원 탄생 50주년이 됐다.
국립공원은 지난 50년간 자연보존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면서 국립공원은 국민친화적 장소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인위적 보존보다 국민 스스로 보호하는 길을 선택하며 국립공원이 탈바꿈됐다.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하는 ‘생태서비스’도 이 같은 국민 친화적 방향과 상통한다. 생태서비스는 개념이 워낙 광범위해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적절한 표현이다.
실크, 면 등 천연섬유로 만든 의류나 곡물, 야채, 육류, 어패류 등 식료, 목재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생태서비스의 범주에 속한다. 또 동·식물을 활용한 의약품과 유전자 연구에 의한 최첨단 의학 역시 생태서비스다.
국립공원은 생태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국립공원 생태복지 5대 원칙’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인간과 환경의 조화 ▲사전대응성 ▲평등성 ▲다양성 ▲지속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인간과 환경의 조화는 자연과 그 자연 일부인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공원에서는 지역개발을 통한 국립공원 훼손이나 환경 오염 등에 기초한 인간복지가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생태계 보전을 통해 건강한 삶, 쾌적한 삶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사전대응성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전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공원의 우수한 생태계를 보전하고 건강하게 유지, 국민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수립됐다.
평등성은 인간뿐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평등하며,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인식한다. 국립공원에서는 쾌적한 생태환경을 누리는데 환경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국립공원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한다.
다양성의 경우, 참여주체의 다양성을 인정해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은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환경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자산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고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국립공원도 지속가능한 생태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한다.
한편 국립생태원이 2011년 조사한 ‘저탄소 녹색성장형 도시공원 조성 및 관리운영 전략 정책 연구’에 따르면 전국 도시공원 사용가치를 2만5616원/㎡, 보전가치를 4080원/㎡로 가정했을 때 면적대비 약 5조3000억원, 보전가치를 2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생태공원이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실제 2010년 기준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약 109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런 가치는 생태서비스가 종합된 결과인 셈이다.
◆첫 발 땐 생태서비스…“개념 정립과 구체화에 힘쓸 때”
우리나라에서 생태서비스나 생태복지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그만큼 자연에 대한 영위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런 인식을 개선하려면 중장기 생태서비스 발전방향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국립공원 생태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제 첫 발을 땐 시점에서 생태서비스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생태서비스 정의와 유형개발, 생태서비스에 대한 가치평가 교육, 홍보, 평가시스템(지수) 개발 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 중기적으로 생태계 보전·복원 강화 및 안전망 구축, 생태계 열악화에 대비한 인간의 영향·회복력에 대한 정책 개발 및 생태계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민관 합동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국가 생물다양성을 지역 생물다양성의 보전활동으로 연계하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국가 생태복지 지수평가에 대한 정책 선도기관으로, 모든 국민의 국립공원 생태서비스 가치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생태서비스가 정착하는데는 한계점도 있다. 용어나 실체가 모호하다보니 정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 내부에서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생태서비스에 대한 정책 항목을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립공원연구원은 “향후 생태서비스와 생태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제시 및 실행계획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공원의 생태복지 평가사례를 분석하고, 국립공원에 맞는 생태복지 지수를 개발, 시범 평가하는 부분도 필요하다”며 “이런 연구사업을 통해 향후 생태계 복지가 유지될 경우에만 인간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정부와 국민이 국립공원을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과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