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글로벌 EV 플랫폼 제주'가 국가경쟁력을 리딩한다
2017-06-07 06:00
김대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장
최근 제주는 '4다도(四多島)'가 됐다. 바람, 돌, 여자 그리고 전기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7000여대의 전기차가 달리고 있는 제주는 올해 말까지 1만4000여대로 늘어날 것이고, 내년에는 2만여대가 추가로 보급돼 무려 3만5000대 가까운 전기차의 천국이 될 예정이다.
충전기만 해도 벌써 9000여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의 충전기 밀집도이다. 말의 고장 제주가 바야흐로 전기차의 메카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는 왜 전기차를 선택했을까.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180㎞ 정도면 충분한 제주섬. 이는 1회 충전해 보통 200㎞ 정도를 주행하는 전기차의 현실에 적합하다. 한라산과 해발 1100m의 업다운이 심한 도로, 태풍과 폭설·폭우·염해 등 섬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부정적 자연조건은 전기차를 실증하는 테스트베드 및 인증 사이트로서 세계 최적의 조건이 됐다.
또 현실적으로 법과 제도 보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유연성을 갖췄다. 세계 각국에서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제적 관광지 제주는 이제 에너지 신산업을 리딩하고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전기차 특구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해내는 ‘글로벌 EV(전기차) 플랫폼’의 밑그림을 스스로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전기자동차의 미래 그리고 친환경 혁명'을 주제로 제주에서 네 번째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대성황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7만여명의 관람객들로 북새통이었던 엑스포행사장. 그러나 필자는 벅찬 기쁨보다 앞으로의 과제가 더 걱정이 됐다. 밀려들던 관람객들에게서 느꼈던 에너지를 어떻게 모아서 제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제주가 아무리 전기차의 글로벌 사이트로서 최적의 여건을 가지고, 많은 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다 해도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새로운 산업의 시장을 열기에 부족함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환경부 그리고 국토교통부까지 범중앙부처의 협력지원체계와 지속적인 관심, 체계적 계획이 필수적일 것이다.
21세기의 미래산업, 전기차 시장을 제주에서 한번 열어보자. 스마트폰에 이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성공전략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