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내달 7~8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정례회의를 앞두고 유로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신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테이퍼링을 실시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뿌렸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유로화는 약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9일(현지시간) 브뤼셀의 유럽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유럽의 경제 회복이 강화되고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정책에 변화를 주기엔 기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여파로 30일 오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전 거래일 대비 0.34% 떨어진 1.11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엔 역시 0.64% 미끄러진 123.42엔을 가리키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통화 부양책 옹호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고 물가 성장률이 오르고 정치적 리스크도 잠잠해지면서 ECB가 조만간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1.7%를 기록해 1.2%에 그친 미국을 넘어섰다. 또한 유로존 실업률은 9.5%로 8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에 1.9%까지 오르면서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유럽 내에서도 ECB가 지금처럼 공격적인 부양책을 계속 유지해야 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ECB는 매달 600억 유로에 이르는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0.4%로 사상 최저다.

29일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가 통화 완화정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공개된 4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도 일부 ECB 위원들이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양적완화 규모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ECB가 올해 안에 정책 변화를 신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6월 7~8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유로존 경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통화정책의 추가 확대라는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본다. 이후 9월 회의에서는 내년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본격 축소하는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탈리아 조기 총선과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로존 경제 회복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전 총리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올 9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과 같은 시기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이후 이탈리아에서의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또한 내달 15일에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다시 만나 그리스의 채무 탕감 및 구제금융 지급을 다시 한 번 논의할 예정이다. 이달 22일 열린 회의에서는 독일과 IMF가 그리스의 3150억 유로에 달하는 채무 경감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만약 다음 회의에서도 채권단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해 7월에 만기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