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적폐청산?'…남부연합 상징물 잇따라 철거

2017-05-30 05:00

뉴올리언스 이어 볼티모어 가세…'역사 바로세우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상징했던 기념물들이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이른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다.

29일(현지시간) 공영방송 NPR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시가 지난 19일 남부연합의 주요 기념물 4개를 모두 철거한데 이어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도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를 추진 중이다.

캐서린 퓨 볼티모어 시장은 "볼티모어 시민들은 과거 남부연합 유산의 철폐를 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뉴올리언스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 시장이 언급한 철폐 대상 남부연합 상징물은 로저 태니(1777∼1864) 제5대 연방대법원장의 동상이다. 그는 주(州)의 입법권과 경찰권을 주장해 미국 헌법 이론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태니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미국 사법사상 1857년 '드레드 스콧'(Dred Scott) 사건에서 흑인인권을 부정하고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려 남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드레드 스콧 사건 판결은 노예였던 드레드 스콧이 한동안 노예가 아닌 자유 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은 자유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태니 전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흑인은 미국 시민이 아니므로 비록 자유주에 거주했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며 노예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수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서 뉴올리언스 시는 미치 랜드류 시장의 주도 아래 지난 19일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의 연방정부에 맞서 '반란'을 벌인 남부연합의 주요 기념물 4개를 순차적으로 모두 철거했다.

지난달 24일 '자유지 전투(Battle of Liberty Place)' 기념비를 가장 먼저 철거했고, 이달 11일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을 끌어내렸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남부연합 장군 피에르 귀스타브 투탕 보르가르 동상에 이어 마지막으로 19일 남군 전쟁영웅 로버트 리 장관의 동상이 각각 철거됐다.

앞서 아칸소 주 의회는 지난 3월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날' 기념일과 겹쳤던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장군의 기념일을 분리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킹 목소와 그 대척점에서 흑인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리 장군을 한 날 동시에 기념하는 우스꽝스러운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남부연합 상징물은 남북전쟁의 원인인 노예제와 불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철거 논의가 진행돼왔으며 남부 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일어난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난사 사건이 기폭제가 돼 남부연합기 폐지 법안이 제출되고 기념물 폐지 논의가 본격화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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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