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브라질리아…'반 테메르' 시위대 연방정부 청사 방화(종합)

2017-05-25 05:58

대통령 퇴진, 연금·노동 개혁 중단 요구…군병력 동원해 경찰 지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24일(현지시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를 주도한 노동계는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기업인을 만나 뇌물 제공을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테메르 대통령 퇴진과 현재 추진 중인 연금·노동 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시내 마네 가힌샤 축구경기장 근처에 모여 집회를 하고 나서 연방정부 청사를 거쳐 연방의회로 행진하려다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았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다가 연방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고 공공시설물을 파괴했다.

현지 언론은 재무부와 농업부 청사 일부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연방정부 청사에서 근무하던 모든 공무원에게 긴급대피를 지시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법과 질서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고, 하울 중기만 국방장관은 대통령궁과 외교부 청사 등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등 경찰을 지원했다.

중기만 장관은 과격시위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민주적 질서와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 폭력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메르 대통령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지난해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연금·노동 개혁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계는 연금·노동 개혁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으며 테메르 대통령 정부와 의회가 기업의 이익에만 충실하다고 비난했다.

여론도 연금·노동 개혁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금 개혁에 대해 71%가 반대했다. 찬성은 23%에 그쳤고, 6%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금 개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종 가운데 하나인 공공 부문 근로자들은 83%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도 여론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노동법 개정으로 기업과 기업인이 주로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답변은 64%에 달했다. 근로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답변은 21%였고. 나머지 15%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또 응답자의 58%는 노동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권리가 축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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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