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7월 3일 전당대회 확정···당권 두고 계파 진검승부

2017-05-22 18:39

JTBC(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가 주최하는 대선후보 토론회가 지난달 25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선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자유한국당 내 당권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부터 불거진 책임론과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등을 두고 당내 계파들은 신경전을 벌인 끝에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22일 확정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공방전이 가속화된 가운데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지도부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선을 그었다. 오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권을 두고 벌어지는 당내 갈등은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한국당의 2차 전당대회는 오는 7월 3일에 개최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신의 지도부 선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이어 “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저는 이번 차기 전대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원대직을 사임하면 그 자체가 우리당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앞섰다”며 “제1야당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인사 정책 등에서 독주와 협치 실종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탄핵 정국 속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재건한 과정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저는 지난 5개월 간 한국당 재건에 인생을 넘어 삶 전체를 걸다시피 달려왔다”며 “지난해 12월 16일 원내대표로 선출 후 직원 한명 없는 텅 빈 대표실을 혼자 찾았다”고 말했다.

또 “인명진 목사님을 밤낮 찾아가 나를 죽이든지 당을 살리든지 선택하라며 농성하듯 모셔오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인적혁신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탄핵 정국 속에서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 나경원 의원을 물리치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 이후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지도부 교체론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으로 해석된다.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친박계는 자신을 내세워 당을 장악했지만 대선 패배 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갈아치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약 24%의 득표를 거둔 홍 전 지사도 연일 페이스북으로 친박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대선 전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당을 살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가 여전히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선거 패배 후 당직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생각을 가진 정당을 쇄신하지 않고 다음 선거를 할 수 있을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웰빙정당이었다”며 “치열한 사명의식도 없었고 투철한 이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파에만 충실하면 공천을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또 국회의원을 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며 “지난 대선에서 15% 이하 득표로 선거보전금이 나오지 않을까봐 방송광고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는 44회나 한 반면 우리는 11회만 했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홍보비도 최소한으로 하는 사실상 대선홍보 포기를 했고 대선 후 당권 향배에만 신경을 썼다”며 “한국당은 전면 쇄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준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면 국민들에 의해 당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일 이어진 홍 전 지사의 ‘SNS 정치’로 인해 당내 친박계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홍 전 지사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상승하면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난제로 작용한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우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모임에 참석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수도권은 참패”라며 “우리 당의 기반이 영남 TK(대구·경북)이라는데, 이걸 벗어나지 못하면 당이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에서 득표율이 저조한 반면, TK 지역을 중심으로만 표를 받은 점을 꼬집은 셈이다.

이 의원은 이어 “중진회의도 당분간 안했으면 좋겠다”며 “중진들이 모범적으로 발언하고 절제해야 하는데 온통 논란을 일으키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열린 중진회의에서는 친박계의 전횡을 견제하는 발언이 나왔다.

당 내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충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에 머물면서도 실질적으로 당 내 주도권 싸움에 개입하고 있는 홍 전 지사가 귀국을 해야 어떤 방식으로든 매듭이 지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대선 후 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2차 위기가 찾아온 상황에서 친박계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