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력난] "입사자 80%가 힘들다며 1∼2년내에 그만두네요"

2017-05-22 06:11

전문가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채용도 잘 안 되는데 1∼2년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80% 가까이 됩니다. 결국은 힘들다는 이유에서인데, 동종업계 다른 기업보다 많이 챙겨줘도 늘 부족한가 봅니다."

기획·디자인 계통 중소기업 대표 이모 대표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대부분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 신규 취업자를 구하기 힘든 데다 이직률이 높아 외국인 노동자들로 겨우 빈 자리를 메운다.

이 씨는 "급여를 더 주려면 회사가 수익을 더 내야 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 등 원청의 하도급을 받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된 현재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선업(예선을 이용해 항만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사업)계 중소기업 대표 김 모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 씨는 "동종 업계에 직원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일할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청년실업이라고 하는 데 다들 편한 일만 찾는 듯하고, 우리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돼 있어 사람이 더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회 분위기도 돈보다는 생활의 여유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전에는 초과수당을 받기 위해 야간에도 일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오후 5시만 되면 집에 간다"며 "우리 업종은 신입 교육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 최근 들어 이직률도 높아져 난감하다"고 전했다.

구직자의 대기업 선호가 완화되려면 수익이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현 경제구조의 틀이 개선되는 동시에 직원 복지·연봉 등에 대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른 선진국 중소기업들처럼 충분히 먹고 살 만하고 장래가 보장된다면 구직자들이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타파해 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경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수입이 너무 적어 연구개발이나 인재에 대한 보상과 투자를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중소기업이 적정 수익을 보장받고 자생력을 갖춘다면 보상·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현재 시행하는 정책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평가하면서 중기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여건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중소기업 지속성장 관점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개별적으로 인력 개발 및 관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그런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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