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23일 첫 재판… '40년 지기' 최순실과 첫 대면 최대 관심

2017-05-21 09:06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3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서는 것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이다. 또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외부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53일 만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40년 지기'인 최순실씨(61)와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자리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기류가 형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뇌물 혐의 공범인 이들은 특검 수사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1일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대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을 진행한다. 함께 기소된 최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서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게 되는 417호 법정은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사태와 비자금 사건으로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수의를 입었지만, 포승줄과 수갑을 차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도 예우 차원에서 사복을 입고, 여성과 노약자에 대한 재판 관례에 따라 수갑과 포승줄 없이 재판정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의 경우 첫 공판 때 수의를 입고 출석한 이후 몇 차례 사복을 입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도 대부분의 공판에서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바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설 경우 수갑과 포승줄을 차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포승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먼저 박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한다. 기소된 사람과 법정에 출석한 사람이 실제 같은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대리 출석이 금지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사칭한 다른 인물이 재판을 대신 받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장의 질문에 따라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밝혀야 한다.

검찰은 삼성 뇌물수수 등 박 전 대통령의 18개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변호인은 각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공판준비절차에서 "삼성 관련 뇌물수수, 롯데 관련 제3자 뇌물수수, SK 관련 제3자 뇌물 요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특검이 앞서 기소한 최씨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 사건의 병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병합하면 재판부의 심리에 예단·편견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병합하지 않으면 최씨의 재판에 나온 증인을 중복 소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 19일 방청권 응모에 무려 525명이 몰려 7.7대1(배정좌석 68석)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시 접수 시작은 오전 10시였으나 두 시간이나 앞선 오전 8시 부터 시민들이 법원을 찾기 시작했고, 오전 10시 이후 시민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사전 마련된 대기 줄 사이에 임시 대기선까지 마련될 정도였다.

이 밖에 재판부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재판 과정 일부를 생방송으로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