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외교전은 '잃어버린 5개월' 회복 노력
2017-05-19 00:32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지난 5개월 동안 탄핵국면에서 사실상 우리 외교가 '일시정지' 상태를 벗어던지고 한반도 주변 4강과 유럽에 이르기까지 특사를 파견하는 등 취임 열흘 만에 빠르게 정상화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중·일 정상 간의 숨 가쁜 '전화외교'에 이어, 역대 정부 중 새 정부 출범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한·미 정상 회담을 진행하는 등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나흘 만에 4강(한중일러) 등 특사단 구성을 완료하고 파견 절차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신정부가 헤쳐나가야 할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위안부 협상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초반 전화외교는 축전과 신경전이 함축돼 전쟁을 연상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10시 30분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 30분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0여분 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5분간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당선인’ 신분 없이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해 각국 정상과의 전화외교가 가능했던 점도 있지만, 과거 정부의 취임 후 정상접촉과 비교해 봐도 파격적 행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당선 3일째인 2012년 12월 22일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11분간 통화했다.
아베 총리와는 공식 취임 이후인 3월 6일, 시진핑 주석과는 3월 20일께 처음으로 통화했다.
한·중 정상이 취임 축화 전화 통화를 나눈 건 1992년 수교 후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중·일 정상과 전화통화한 시기도 박 전 대통령보다 빠르지만, 통화 시간도 3국 정상 모두 크게 늘어났다.
이들 국가들은 또 박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대부분 축전에 방점을 찍고 예민한 현안은 다루지 않았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과 정상들의 통화는 축전의 형식을 띠었지만 실무적 외교행보였다. 시 주석과는 사드 문제를, 아베 총리와는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팽팽한 긴장감도 있었다.
동북아 국가들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잃어버린 5개월'을 따라잡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진 신속한 특사 외교도 '잃어버린 5개월'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4단계 외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를 18일 특사로 보내는데 이어 7월 독일 G20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 이어 8월 중에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다시 한 차례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중대사를 역임한 신정승 동서대학교 교수는 이날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해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중 문제는 양국 간 안보문제와 경제 문화 등 여타 분야와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며 "동북아 안보의 구조적 갈등 요인 감안해 양국 간 문화교류와 협력의 심화는 국민들 간 신뢰가 증가되면 궁극적으로 안보문제 처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는 북한 문제다. 북한이 지난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감행함에 따라 1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려 신정부가 대응 조치를 국제사회와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도 당장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한편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와 국방, 통일부 장관의 지명이 늦어지고 있다. 첫 장관급 인선으로 공정거래위원장을 내정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펼치고 있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외교전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신속한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